[오늘과 내일/김창덕]첫발도 못 뗐는데 ‘번아웃’ 온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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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논설위원 최근 실업 청년의 절반 이상이 ‘번아웃(Burnout)’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국무조정실의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를 토대로 한 한국경제인협회의 분석이다. 실업 청년 중 53%가 한 번쯤 번아웃을 겪었다고 했는데, ‘구직 기간 1년 이상’으로 범위를 좁히면 그 비율은 62%까지 올라갔다. 취업한 청년들이 번아웃을 경험한 비율의 두 배 수준이다. 사회에 첫발도 내딛지 못했거나 노동시장 밖으로 내몰린 청년들이 직장인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증상을, 심지어 더 많이 앓고 있는 것이다.이름만 ‘청년’인 반쪽짜리 정책 번아웃은 1974년 미국 심리학자 허버트 프로이덴버거가 처음 쓴 용어다. 그는 뉴욕의 약물 중독자 치료센터에서 헌신적으로 일하던 일부 자원봉사자들이 정서적으로 메말라 가는 것을 목격했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턱없이 부족한 보상 때문에 ‘퓨즈’가 나가 버린 상태였다. 만성 피로 같은 신체 증상도 나타났다. 프로이덴버거는 이를 “연료를 다 태워버려 더 이상 에너지를 낼 수 없는 상태”라고 표현한 것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번아웃을 개인 문제가 아니라 일하는 환경에서 비롯된 증상으로 규정하는 학자들이 주류를 이뤘다. 결국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번아웃을 질환이 아닌 ‘직업과 관련한 문제 현상’으로 분류했다. 한국의 실업 청년 절반이 이 증후군에 잠식당한 것은 진로 불안 때문이다. 청년 개인으로서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회 전체로도 막대한 손실이다. 갈수록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왕성한 경제 활동을 해야 할 주역들이 집단 무기력증에 빠진 셈 아닌가. 국내에 고립·은둔 청년이 54만 명에 이르고,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 5조 원을 상회한다는 추정도 있다. 정부도 고민이 많다. 당장 내년 예산안에 ‘청년 성장 단계별 종합 지원’이란 명목으로 43조 원 이상을 편성했다. 문제는 상당 부분이 현금성 지원이라는 점이다. 대학생들은 국가장학금, 미취업 청년들은 무이자 대출 혜택을 받는다. 사회에 진출하면 적금에 정부 기여금을 얹어주고, 결혼하면 혼인지원금, 아이를 낳아 기르면 출산지원금과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청년문화예술패스라는 이름으로 티켓값까지 챙겨준다. ‘일 경험’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있긴 하다. 범정부 차원에서 밀고 있는 ‘청년 뉴딜’이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과연 청년 정책이 맞나 싶다. 예를 들어 “경력 형성의 출발선을 제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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