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 3위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은 극장산업 침체에 따른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극장 관객 수와 관련 소비는 큰 폭으로 줄었다.
2000년대 초 꽃 피운 멀티플렉스산업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심의 콘텐츠 소비 등 시장 환경 변화와 함께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메가박스의 지난 4월 카드 결제 추정액(가맹점+온라인)은 46억원으로 전년 동기(111억원) 대비 58.5% 급감했다. 같은 기간 CGV 매출도 반토막 난 것으로 추정된다. 봄맞이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4월은 계절적으로 극장가 비수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실적이 더 안 좋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국내 영화 관객은 총 2억2668만 명이었다. 2020년 5952만 명으로 급감했고, 2023년 1억2514만 명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1억2313만 명으로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올해 상황은 더 나쁘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 영화산업 매출은 51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3.1% 급감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12개월 중 4개월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늘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1월을 제외하고 2~4월 내내 40% 이상 감소했다. 4월 관객도 544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41.7% 줄었다. 4월 개봉 편수는 117편으로 전년 대비 8.3% 늘었는데 오히려 관객은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영화 티켓값 인상,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 확대, 숏폼 콘텐츠 유행, 프로야구 같은 야외활동 증가 등을 침체 요인으로 꼽고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