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수학 말고 '돈 공부'를 시켜야"…'공빠TV' 대표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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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집코노미 콘서트 2024'에서 문성택 공빠TV 대표가 강연한 모습.  한경DB

지난해 9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집코노미 콘서트 2024'에서 문성택 공빠TV 대표가 강연한 모습. 한경DB

“대학에 보낸 뒤에도 무한정 퍼주면 아이를 망칩니다. 계약서를 쓰고 돈을 빌려주고 스스로 상환해 보는 ‘경제적 자립’ 연습을 해야 합니다”

문성택 공빠TV 대표(한의사)는 유튜브 ‘공빠TV’ 운영하며 은퇴 노인들을 위한 주거를 연구하는 실버주택 전문가다. 지난 9일 그는 행복한 노년의 첫 번째 조건을 ‘자녀의 경제적 독립’이라고 강조했다. 돈 문제에서 자녀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노후 안정의 중요한 요건이라고 했다.

문 대표는 지난달 말 <행복 계약서, 나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아이와 계약서를 썼다> 책을 출간했다. 주로 60세 이상 은퇴자가 살기 좋은 국내 실버타운을 소개하는 책들을 주로 써왔지만 이번에는 결이 다르다. 부모와 자녀가 돈을 주고 받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라고 조언하며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가령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녀에게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빌려주고’ 그 차용 증거를 문서로 남기라고 한다.

미리 증여 했다가 ‘뒤통수를 맞는’ 경우를 대비해 죽는 그날까지 재산을 끌어안고 있어야 한다는 사회 통념도 뒤엎었다. 문 대표는 “부모가 죽음을 앞둔 시기에 자녀는 이미 60~70세로 고령”이라며 “주택 매매와 자녀 교육 등 목돈이 집중적으로 들어가는 40대에 재산을 사전증여하는 게 좋다”고 했다.

‘행복 계약서’를 통해 어느정도 경제관념과 재태크 훈련을 마친 30~40대 자녀가 집안 대표가 돼 재산을 굴리는 것이 전체 자산을 증식시키는 데 훨씬 유리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자녀에게 미리 주택을 물려주고 그 댓가로 자녀로부터 용돈을 받는 ‘가족연금’도 좋은 대안이라고 했다. 집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매달 일정액을 받는 주택연금보다 세금과 수수료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효도와 상환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때 미리 증여한 재산을 환수하는 등 구체적인 제재 방법도 담았다.

문성택 대표 “자녀에게 줄 돈, 계약서 쓰고 빌려주세요"

문 대표가 노년의 삶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지속하게 된 계기는 그의 업(業)과 관련이 있다. KAIST를 졸업한 뒤 원광대 한의학과에 다시 입학, 한의사의 길을 걸었다. 고령 환자가 많은 전북 익산에서 개업해 한의사로 일하며 노년의 삶에 관심을 갖게된 것이 계기가 됐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노인들이 살기 좋은 주거 방식을 연구했고, 국내에서는 개념이 생소했던 노인복지주택을 유튜브와 SNS, 책으로 소개해 왔다.

문 대표는 실제 대학에 간 세 자녀에게 적용했던 대출 계약서, 대출금액, 상환 과정 등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자녀의 대학 학업과 진로를 적극 지원하되 사회인이 되면 매월 급여의 일정액을 부모에게 갚도록 한 것이다. 결혼자금을 빌려줄 때도 같은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전국 실버타운을 돌며 경제적 안정을 이룬 은퇴자들을 만나보니 공통점이 있다고. 그는 “행복계약서와 똑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여러 방식으로 자녀에게 경제 관념을 길러준 분들이 많았다”며 “만나본 은퇴자 절반 이상은 자녀와 충분한 신뢰를 쌓고 사전증여를 실행한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자녀에게 영어 수학 보다 더 필요한 조기교육이 ’돈 공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에서 정말 필요한 공부는 과목에 없다”며 “경제 관념이야말로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조기교육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모가 모든 것을 해 주면 자녀는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잃게 된다”며 “약간의 부족함과 결핍을 통해 자녀 스스로 생각하고 방법을 찾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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