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몰렸나…주담대 이어 억눌렸던 신용대출도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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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연속 쪼그라든 은행권 개인 신용대출이 다시 폭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이 이달 들어 6000억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권은 경기 침체와 서울 부동산 광풍 등이 더해져 가계대출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끌족' 몰렸나…주담대 이어 억눌렸던 신용대출도 폭증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이 이달 들어 6131억원(17일 기준) 증가했다. 작년 12월(-4861억원)부터 내림세로 돌아선 신용대출이 재차 들썩이기 시작한 것이다. 올 1월에는 전달 대비 신용대출액이 1조5950억원 급감했다.

문제는 증가 속도다. 시장에서는 현 추세대로라면 3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 8월(8495억원) 신용대출액을 이달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장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신용대출 문턱을 높인 작년 하반기부터 억눌려 있던 수요가 설 상여금, 연말정산 환급 이슈가 사라진 이달부터 다시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토지거래허가 지정 해제로 촉발된 서울 집값 과열 현상이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5대 시중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보다 신용대출 증가세 속도가 유독 가파르다는 분석이다. 이달 가계대출 증가액(1조2047억원)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총 6028억원을 차지했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월간 증가액은 3조3835억원이었다. 업계에서는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여전히 빗장이 걸려 있지만 신용대출은 작년 말부터 줄줄이 문턱을 낮춘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고점을 뚫고 달아오른 서울 아파트값 열기에 편승하려는 ‘영끌족’이 가세하면 가계부채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보름새 6000억 넘게 증가…금리 인하로 가계대출 자극 우려
부동산 투자용인지 생계형인지…은행권 대출 현황 모니터링 강화

‘반짝 상승일까, 폭증 조짐일까’ 이달 들어 5대 시중은행 개인 신용대출이 6000억원 넘게 급증하면서 각 은행이 분주하게 상황 파악에 나섰다. 금융당국까지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해달라’고 압박하면서 실시간 모니터링에 힘을 쏟고 있다.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보다 대출 상환율이 떨어진다. 신용대출 폭증 현상이 자칫 대규모 연체 사태로 언제든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신용대출의 경우 대출 사유가 다양하다”며 “부동산, 주식 등 투자를 위한 ‘영끌’ 수단인지, 생계형 대출인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최근 신용대출 증가 이유로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여력 축소, 부동산·주식 투자 자금 마련 등을 꼽고 있다. 연초 설 상여금과 연말정산 환급금 등으로 급한 불을 껐던 개인들이 다시 은행 창구를 통해 대출 신청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서울보증보험 기업공개(IPO),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로 촉발된 서울 아파트 투자 열기 등이 가세해 신용대출 수요까지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향후 가계대출이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선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대출 금리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지난 17일 은행이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으로 쓰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30개월 만에 연 2%대로 떨어졌다. 은행들은 낮아진 코픽스를 반영해 대출 금리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픽스 하락에 당국의 가산 금리 인하 압박까지 더해져 대출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대출 신청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올 7월 시행을 앞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도 변수로 꼽힌다. 가장 강력한 대출 심사 기준이 도입되기 전 대출을 받으려는 이들이 쏠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은행마다 가계대출 폭증을 막기 위해 월별 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오픈런’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주담대 오픈런 현상이 1년째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들어선 하나은행, iM뱅크 등 은행권 전반으로 오픈런이 확산하는 추세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 지침대로 매월 대출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일간 대출 한도를 둘 수밖에 없다”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대출 신청을 개시하자 마감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재원/장현주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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