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더브이씨 분석
60대 이상 소비자>1020 소비자
기업 증가세…쇼핑·뷰티 등 다양
1020세대에선 채용·게임 등 인기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윤혁훈 씨(64)는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오아시스마켓’을 애용하고 있다. 이전에는 동네 슈퍼나 TV홈쇼핑으로 물건을 구매했지만, 지금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윤 씨는 “오아시스마켓을 통해 채소나 과일을 주문해 먹고 있다”며 “주문하면 하루도 채 걸리지 않고 배송돼 간편하다”고 말했다.
오아시스마켓을 운영하는 오아시스의 60대 이상 소비자 비중은 20.8%다. 반면 1020 소비자는 1.2%에 불과하다. 무항생제·무첨가물 등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를 판매하고 새벽배송을 통해 시장이나 마트에 방문할 필요 없이 집 앞에서 신선 식재료를 손쉽게 배달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이렇듯 스타트업 서비스를 이용하는 60대 이상 ‘영 식스티’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1020 소비자들보다 비중이 높은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동안 스타트업 서비스는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시니어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개발되며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매일경제가 벤처투자정보 플랫폼 더브이씨를 통해 분석한 결과, 올해 8월 한 달 간 거래액 1억원을 넘은 스타트업은 297곳이었는데, 이들 중 서비스를 거래한 60대 이상 비중이 1020보다 높은 기업이 86곳으로 30%에 육박했다.
시니어 소비자 비중이 높은 기업 순위는 1위부터 차례대로 △포페런츠(헬스케어) △레브잇(쇼핑) △엔에이치엔여행박사(여행) △아이월드제약(의료) △프롭티어(부동산)이었다.
1위 포페런츠는 2022년 설립된 시니어 웰니스 기업으로, 돌봄과 여행 동행, 방문 미용, 케어매니징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포페런츠의 60대 이상 소비자 비중은 56%에 달했다. 2위를 기록한 레브잇은 ‘올웨이즈(Alwayz)’라는 초저가 공동구매 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한다. ‘올웨이즈(Alwayz)’ 앱을 통해 저렴하게 식품을 구매할 수 있다.
김윤식 씨(67)는 “올웨이즈 앱으로 유기농 과일이나 채소 등 먹거리뿐 아니라 주방용품 같은 생활용품도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어서 자주 이용한다”며 “친구들과 같이 제품을 구매하면 할인을 받을 수도 있어서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경향은 이전보다 더 심화된 것이다. 2022년의 경우, 12월 한 달 간 거래액 1억원을 넘은 스타트업은 258곳이었는데, 이들 중 60대 이상 비중이 1020보다 높은 기업은 48곳으로 20%가 안됐다.
시니어 소비자 비중이 더 높은 분야도 더 다양해졌다. 2022년 12월의 경우 17개 분야에 해당 기업들이 분포해 있었지만, 올해 8월에는 24개 분야로 확대됐다. 헬스케어나 바이오 등 시니어 특화 산업이 아니더라도 뷰티,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식품, 콘텐츠, 패션 등 분야에서 시니어 소비자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시니어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스타트업들이 시니어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의 원인이다. 시니어 고객이 사용하기 쉽도록 직관적이고 큼지막한 글씨로 앱이나 웹페이지를 만들거나, 온라인 사용이 힘든 소비자들을 위해서는 1대1 실시간 채팅이나 전화 상담 등 서비스도 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출생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재산이 많고 소비 여력이 풍부한 시니어 소비자들은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시니어 고객들이 스타트업의 ‘큰손’으로 떠오르는 현상은 한국 소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1020 소비자의 경우 취업이나 공부, 게임 관련 산업이 인기였다. 1020세대 소비자들의 비중 1위는 취업 상담 및 추천채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멘토(97%)였다. △슈퍼플레이(게임, 66%) △백퍼센트(핸드폰 보조배터리 대여, 65%) △후루츠패밀리컴퍼니(패션 중고거래) △스터디워크(교육, 55%)가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