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글로벌 14조원 매출 규모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다음달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출시된다. 국내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동아에스티 등을 포함해 세계 7개 바이오 기업이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일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인 피즈치바는 미국 의약품 유통 판로를 책임진 현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한 곳과 최근 계약을 따내 시장 선점에 우위를 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 현지 판로 선점한 삼성에피스
1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스위스 바이오시밀러 회사인 산도즈의 리처드 세이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피즈치바의 미국 공급과 관련해 현지 PBM 한 곳과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미국 의약품 유통의 핵심 역할을 하는 PBM은 보험사를 대신해 제약사와 협상하고 처방집에 등재될 의약품을 선정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입장에선 암젠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미국 현지 판로를 뚫은 것이다.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는 미국 제약사 얀센이 개발한 판상 건선, 건선성 관절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면역 반응과 관련된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한 종류인 인터루킨(IL)-12, 23의 활성을 억제한다. 바이오시밀러 회사들은 얀센 모회사인 미국 존슨앤드존슨과의 특허 합의에 따라 올해 총 7곳이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한다. 2023년 전 세계 10곳의 업체가 연간 21조원 규모인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뛰어든 후 최대 규모의 경쟁이 펼쳐진 것이다. 지난해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미국 시장은 1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미국 제약사 암젠이 이달 가장 먼저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를 내놨고 다음달 아이슬란드 알보텍,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독일 프레제니우스카비, 인도 바이오콘 등 5곳이 잇따라 출시할 전망이다. 동아에스티가 개발해 인도 인타스에 기술 수출한 이뮬도사는 오는 5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치고 나간 곳은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삼성의 피즈치바는 지난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아 동아에스티의 이뮬도사(2024년 10월), 셀트리온의 스테키마(2024년 12월) 보다 빨랐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 시장 선점을 위해 적과의 협업도 불사했다. 피즈치바의 유럽 및 북미 판매를 오랜 경쟁자이자 바이오시밀러 강자인 산도즈에 맡긴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도즈 입장에서 굳이 경쟁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제품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제품의 퀄러티와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셀트리온, 직판 ‘번들링’ 전략
셀트리온은 현지 파트너사 없이 직접 판매망을 구축해 수익성에 대한 부담이 적은 편이다. 특히 스테키마 출시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에서만 4종의 제품을 구축하게 됐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의 명가’로 입지도 다지고 제품 간 시너지 경쟁력도 갖추게 됐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세계 유일의 자가 주사가 가능한 피하주사(SC) 제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짐펜트라(성분명 인플릭시맙)를 미국에 출시해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미국 대형병원에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개별 제품 단위가 아니라 제품군별로 대량 공급을 협상하는 ‘번들링(결합) 판매’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 전망이 밝은 점도 국내 바이오업계에 호재다. 오리지널약 대비 20~30% 저렴하게 공급되는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우호 정책이 예상된다. 지난해 FDA는 전년(5개)의 3배가 넘는, 역대 가장 많은 18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허가했다. 시장 조사 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40.16%씩 성장해 2028년에는 약 10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