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게임체인저' 합성생물학…美·中 질주, 韓 1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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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바이오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는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13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합성생물학 논문 수를 기준으로 미국과 중국이 각각 25%, 16%를 차지한 데 비해 한국의 비중은 2%에 불과했다. 합성생물학은 생명체의 세포를 인공적으로 설계하고 제작하는 기술로, 인공지능(AI) 고도화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의 핵심 전장이기도 하다.

○바이오패권 가를 합성생물학

MIT 합성생물학의 상징인 핑크 닭.  한경DB

MIT 합성생물학의 상징인 핑크 닭. 한경DB

20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는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2000년부터 24년간 나온 합성생물학 분야 학술 데이터 1만4437건을 분석한 결과, 미국과 중국이 각각 4760건, 2932건으로 1,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영국 9%, 독일 7%, 일본 4%의 순으로 집계됐다.

논문 경쟁력뿐만 아니라 산업화 측면에서도 한국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2020년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에 합성생물학제조연구기관을 신설해 2억7000만달러를 투입했다. 2021년엔 미국혁신경쟁법을 통해 합성생물학을 10대 혁신기술로 지정했다. 합성생물학을 ‘바이오 패권’을 쥐기 위한 무기로 규정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빅테크와 대형 벤처캐피털의 자금도 투입되면서 현재 미국 내 합성생물학 관련 기업은 800여 개에 달한다. 2021년에만 46억달러를 투자받은 깅코바이오웍스홀딩스는 뉴욕증시에 입성한 상장사다.

영국도 합성생물학을 국가의 명운을 가를 ‘소버린 테크’로 삼고 적극 육성 중이다. 2012년에 합성생물학 로드맵을 발표했다. 영국 국립 합성생물학센터(SynbiCITE)를 비롯해 옥스퍼드대 바이오파운드리, 임페리얼 칼리지런던의 합성생물학&혁신센터(CSynBI)가 삼각 편대를 이뤄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으로는 에보네틱스가 유망주로 꼽힌다. 중국의 비상장 데카콘 스타트업 중 합성생물학 분야 기업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도 뛰어들어

합성생물학이란 인공적으로 생명체의 세포를 설계·제작·합성하는 기술로, 유전학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해 DNA 단백질 같은 생명체 분자를 전자처럼 비트(bit) 단위로 읽고 쓰는 ‘엔지니어링’ 개념이다. 20년 전 인간의 DNA 염기서열을 모두 파악한 게놈 프로젝트가 생명 정보를 ‘읽는’ 기술이었다면 합성생물학은 생명 정보인 DNA를 컴퓨터 코딩처럼 연구자 뜻대로 편집하거나 새로 창작하는 ‘쓰기’ 기술이다.

미국에선 합성생물학을 두고 ‘세포를 프로그래밍한다’고 표현한다. DNA를 프로그래밍 언어로 바라보고 IT의 코딩 개념으로 접근한 셈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2026년 합성생물학의 시장 규모가 288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2040년엔 최대 3조60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 정부는 바이오산업이 합성생물학으로 인해 30조달러(4경(京)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가 올초 출시한 신약 개발용 생성형 AI 모델인 ‘바이오네모’ 역시 합성생물학의 고도화를 이끌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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