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커지는 산은…인력 지원이 먼저[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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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기금을 운용해야 하는데 은행으로선 조직은 어떻게 짜야 하는지 인력난이 더 심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다.”

높은 연봉과 안정된 근무조건으로 ‘신의 직장’이라 불리던 산은에서 이례적인 줄 퇴사가 발생하며 10년차 전후의 숙련된 실무 인력이 급감했다. 정부는 산은을 주축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산은 내부에서는 인력과 예산부터 충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5일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에 대출·지분투자·후순위방식으로 지원하는 5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산업은행에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첨단전략산업 지원은 산업은행 본연의 업무다”며 “은행 본체에서 규제 때문에 하기 어려운 업무를 기금으로 분리해 운영할 것이다”고 밝혔다. 산은 본연의 업무에 기금 운용 업무가 더해졌다.

산은 내부에서는 해당 업무를 위해 100여명의 직원이 동원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20년 기간산업안정기금 40조원 조성 시에도 산업은행 내 ‘기간산업안정기금본부’를 신설해 직원이 35명 투입된 바 있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기금 운영 방식은 기존 정책금융이 해오던 대출 지원뿐 아니라 지분투자, 후순위보증도 있기 때문에 대출업무를 보던 부서와 벤처금융본부 등에서 숙련된 인력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난 2022년 이후 산은의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간 40명 전후였던 산은의 퇴사 인원은 지난 2022년 산은 부산 이전 추진과 함께 97명, 2023년 87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정부의 산은 부산 이전 동력이 약화한 지난해에도 51명이 퇴사하며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중 가장 많이 퇴사한 직군이 차장·과장급과 대리·행원급 실무진이다. 산은 관계자는 “저희는 경력직 채용도 없는 구조라 새로운 부서에서 인원을 빼 가면 인력 부담이 굉장히 심해지는 상황이다”며 “허리급 직원도 없어서 신입 위에 팀장인 상황인데 난감하다”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도 성명서를 내고 “극심한 인력난에 기존 업무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인데 50조원(기금 운용)을 더 하라고 한다”며 “충분한 인력과 예산 없이 국가 전략 산업을 육성하라는 것은 총알 한 발 없이 전쟁에 나가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해결의 키는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다. 산업은행의 정원과 예산을 모두 기재부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인력을 더 확보해주고 예산도 넉넉하게 지원해줘야 ‘첨단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겠단 목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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