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주가가 지난 1분기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조치로 실적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를 누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선 당장 2분기부터 관세 영향이 반영돼 감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전자 주가는 최근 한 달(25일 기준) 동안에만 12.47% 떨어져 7만1600원으로 밀렸다. 지난해 7월 기록한 최고가(11만5400원)와 비교하면 37.95%나 빠졌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최근 한 달간 LG전자를 각각 1501억원과 615억원어치 팔아치우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자 개인투자자들도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네이버페이 '내자산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LG전자 투자자 2만4809명의 평균 매수가는 11만4964원으로 평균 손실률이 37.72%에 달했다.
LG전자가 올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투자심리가 개선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LG전자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22조73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 기준 최대 매출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7% 감소한 1조2591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영업이익이 6년 연속 1조원을 웃돌았다. 관세 부과를 앞두고 선주문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관건은 2분기 실적부터란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미국의 상호관세가 원가 상승 압박으로 연결되면서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제조하고 있다. 또 멕시코에선 냉장고·조리기기 등 생활가전과 TV를, 베트남에서는 냉장고·세탁기 등을 생산한다. LG전자는 제품 판매가격을 인상해 관세 조치에 대응한다는 계획이지만 최종 수요가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가가 제시한 실적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9786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8.18%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사들은 LG전자의 목표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이달 LG전자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DS투자증권(13만원→10만원)을 비롯해 △SK증권(14만원→10만원) △iM증권(11만원→10만원) △삼성증권(12만원→9만5000원) △한국투자증권(12만원→9만5000원) △현대차증권(12만원→10만원) △흥국증권(11만5000원→9만5000원) 등이 일제히 목표가를 내렸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소비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매출 증가세를 유지하고 양호한 수익성을 지키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상호관세 부과 등 거시 환경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으며 그 영향이 점차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LG전자가 미국 현지 공장 생산, 지역 다변화로 관세 영향을 줄이고, 일부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소비자 판매가 인상도 고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결국 최종 수요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고 봤다.
조현지 DB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HS(가전)와 ES(에코솔루션) 사업부의 북미 매출 비중이 높아 관세 이슈와 직결되는 사업 구조를 갖췄다"며 "지난 1분기까지는 (관세) 영향이 미미했지만 분기가 지날수록 계단식으로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현재 LG전자 주가는 관세 리스크가 반영된 수준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6배까지 하락한 배경엔 미국의 관세 부과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현재 주가는 이 같은 우려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