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저승사자' 이복현의 3년…적극적인 위기 대응·'관치금융'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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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3년 임기 마치고 퇴임
레고랜드 사태·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위기' 적극 대응
남은 직원들에게 금융개혁·시장 소통 당부
퇴임 후 "금융 연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
후임엔 홍성국·김병욱·김은경 하마평

  • 등록 2025-06-05 오후 4:56:06

    수정 2025-06-05 오후 4:57:52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여의도 ‘저승사자’로 맹위를 떨쳤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마지막 메시지는 ‘사과’였다. 이 원장은 5일 이임식을 갖고 퇴임하며 임직원과 금융사 관계자들에게 “모두가 다 제 부족 탓이다.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말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이복현 “복합적인 난관 속 금감원이 ‘실력발휘’ 했다”

이 원장은 2022년 6월 취임 이후 벌어졌던 일들을 열거하며 금감원 직원들이 위기의 순간마다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여줬다고 추켜세웠다. 그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사태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부동산 PF 부실화와 대규모 전세사기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위메프·티몬 판매자 미정산 사태 △홈플러스 회생신청과 MBK 논란 등을 언급하며 “이처럼 복잡한 난관은 역설적으로 금감원이 본연의 역할에 더욱 집중하며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자본시장 선진화와 부동산 쏠림 완화 같은 금융시장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또 금감원이 전통적인 금융 감독 영역으로 업무를 한정하지 말고 금융·경제 사안 전반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경제·금융 사안과 관련해 초기 대응이 부적절하다면 이는 결국 시장 안정과 검사·제재 등을 담당하는 우리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기관 간 업무 범위가 불명확하고 여러 기관에 걸쳐 있어 보이더라도 금융 전문가 조직으로서 적극적으로 먼저 나서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더불어 금융시장에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해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시장·언론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역대 금감원장 중에서도 언론 소통에 적극적이었던 이 원장은 3년간 98회의 백브리핑을 진행했다. 그는 “(금감원을)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너무 이른 시기에 양보를 강요받게 된 선배님들, 이미 상당한 성과를 이뤘음에도 ‘더 빨리, 더 높이’를 요구하는 원장의 욕심을 묵묵히 감당해주신 임직원 모두에게 감사와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또 “저의 경직된 태도, 원칙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부담과 불편을 느끼셨을 여러 유관기관, 금융회사나 기업의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날 선 발언에 파격 인사로 비판…‘관치금융’ 논란도

역대 최연소 금감원장이자 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인 이 원장은 임명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 원장은 “남의 뼈를 깎는 방안”(태영건설 워크아웃), “매운 맛으로 시장에 알리겠다”(우리금융 검사 발표) 등 날 선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는가 하면,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검사·조사 상황을 브리핑해 금융권을 압박하는 등 ‘검사 스타일’로 일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파격적인 인사로 조직 내부에서도 뒷말이 오갔다. ‘연공서열 타파’ 와 ‘세대교체’를 강조하며 젊은 직원들을 관리자로 중용했으나 이 과정에서 기존의 국·실장급 직원들이 대거 대기발령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가계대출 관리와 은행의 대출금리 책정, 배당 정책, 지배구조 등을 두고 공개적으로 개입 의지를 밝혀 ‘관치금융’ 논란도 빚었다. 은행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는 등 문턱을 높이자 다시 실수요자 제약을 완화하라는 메시지를 내 정책 일관성이 흔들린다는 지적도 있었다. 공매도 재개를 언급했다가 상위 기관인 금융위원회와 ‘엇박자’를 빚었고,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반대하며 “직을 걸겠다”고 발언해 언행이 가볍다는 비판도 나왔다.

퇴임 후 금융 연구 희망…후임엔 홍성국·김병욱·김은경 하마평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원장은 임기를 끝까지 마쳤다. 1999년 금감원 설립 이후 총 15명의 원장 가운데 3년 임기를 완주한 인물은 이 원장을 포함해 네 명뿐이다. 이 원장은 퇴임식 전 출입기자단과 만나 향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해외 대학이나 금융 관련 연구원에서 연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몇 년 전 변호사 개업신고를 해놓았는데, 재개업 신고만 하면 변호사 활동도 가능하다. 법률상담을 하려면 변호사 개업도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이 원장의 퇴임으로 금감원은 당분간 이세훈 수석부원장의 직무대행 체계로 운영된다. 차기 금감원장으로는 미래에셋대우 사장을 지낸 홍성국 전 의원과 문재인 정부 시절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지낸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병욱 전 의원도 차기 금감원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으나 정무수석으로 임명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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