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섞어 앉자’[횡설수설/김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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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아이슬란드 의회는 여야 의원들이 섞여 앉는다. 4년 임기 의회가 개원하면 회기가 시작될 때마다 의원들이 무작위 추첨으로 자리를 정한다. 나무상자에서 자리 숫자가 적힌 나무 공을 순서대로 뽑는 방식이다. 자리다툼을 하지 말자며 1915년 처음 도입해 110년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독특한 전통이다. 이런 자리 배정 방식은 의원들의 의정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론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투표 대신 주변에 앉은 의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투표를 하는 경향성이 높아졌다는 스위스 대학의 연구 결과가 있다. ▷대부분 나라의 의회는 정당별로 구분해 앉는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장을 바라봤을 때 왼쪽엔 더불어민주당, 오른쪽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리한다. 당 지도부와 다선 의원들은 본회의장 뒤편에 앉는다. 마치 전투대형 같다. 지휘관들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전투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모양새다. 실제로도 비슷하다. 상대 정당 대표가 연설하러 나오면 맨 뒤쪽에 앉은 고참 의원이 고성 야유를 선창하고, 후배 의원들이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 국회에서도 의원들의 자리를 무작위로 정해 보자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7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거창한 정치개혁 말고, 소박하게 본회의 자리부터 섞어 앉자”며 “당별로 말고 가나다순으로 앉으면 어떠냐”고 했다. 서로 자기 당 의원 흉도 보고 함께 진지하게 논의도 해보자고 했다. 이런 제안은 처음이 아니다. 20대 국회가 개원했던 2016년 정진석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는 “소통과 대화가 바로 옆에서 되게 하자”며 비슷한 제안을 한 적이 있다. 그땐 여야 공히 호응하지 않아 없던 일이 됐다. ▷제안의 이유는 대화 필요성에 대한 절박감 때문일 것이다. 19대 국회 법안 가결률은 당시 기준으로 역대 최저였다. 22대 전반기 국회도 법안 가결률이 10%를 밑돌았다. 서로를 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며 대치를 일삼는 상황에서 법안 심사와 처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통과된 법안 중에서도 다수당의 강행 처리, 소수당의 보이콧으로 점철된 법안이 적잖다. 옆자리에서 여야 의원이 얼굴을 맞대고 있었으면 달랐을지 모른다. ▷1943년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는 전쟁에 파괴된 의사당의 재건 계획을 밝히면서 “우리는 건물을 만들고 건물은 우리를 만든다”고 말했다. 공간이 주는 의미를 꿰뚫었다. 1975년 문을 연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통일에 대비해 600석 규모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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