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끝나자 日 증시 떠나는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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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엔저’가 막을 내리자 일학개미(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가 앞다퉈 일본 증시에서 자금을 빼내고 있다. 예상보다 길어진 엔저 현상으로 손실을 보던 투자자들이 원·엔 환율이 1000원대를 회복하자마자 매도에 나선 것이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4월 1~24일) 들어 국내 투자자는 일본 주식을 4억9620만달러(약 7130억원)어치 매도했다. 같은 기간 매수액(3억993만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일학개미는 1788만달러(약 256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한 달 만에 매도세로 돌아선 것이다.

일학개미가 선호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중 하나로 꼽히는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 ETF도 팔아치우는 중이다. 이달 들어서만 3518만달러어치(약 505억원)를 순매도했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이 ETF는 엔화 가치와 미국 장기 국채 가격 상승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국내 상장 ETF인 ‘TIGER 일본엔선물’ ETF에서도 최근 한 달간 79억원이 빠져나갔다.

일본 증시에서 이탈하는 흐름이 짙어진 건 원·엔 환율이 올라 일학개미의 ‘퇴로’가 열렸기 때문이다. 엔화 강세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일본 증시에 유입됐는데,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매도 시점을 잡지 못한 채 손이 묶인 투자자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일본 증시 변동성이 컸다는 점도 탈출 러시에 일조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작년 일본 정부의 긴축에도 엔저가 지속되며 투자자 피로감이 컸는데, 이제 환율이 오르며 차익을 실현하려는 수요가 늘었다”며 “엔고로 전환되면 일본 수출 기업 경쟁력도 약해지는 만큼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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