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부모 외출 후
20분만에 화재 발생
현관서, 발코니까지
화마 못피한채 발견
돌봄 사각지대 여전
9일만에 판박이 참변
심야에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불 나 부모 없이 집에 남겨져 있던 어린 자매 2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 부모가 외출한 사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는 점에서 9일 전 사고와 유사하다.
3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58분께 부산 기장군 기장읍 한 아파트 6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아파트 맞은편 빌라 주민이 검은 연기를 목격한 후 119에 신고했다. 출동한 소방대원은 집 문을 개방하고 들어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8살, 6살 자매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이송했다. 동생은 현관 앞 중문 앞에서, 언니는 거실 발코니 앞에서 발견됐다. 자매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당시 집 안에 부모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자매는 화재가 일어나기 20여 분 전 엄마와 함께 집으로 들어왔고, 곧바로 엄마가 집을 비운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소방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경찰청,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3시간가량 불이 난 아파트를 합동 감식했다. 감식 결과 화재는 거실에 놓인 스탠드형 에어컨 주변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거실 바닥에는 층간 소음 매트 등 가연물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아파트에는 화재 경보가 울리는 ‘자동화재탐지기’와 옥내 소화전만 설치돼 있다. 2003년 건축허가를 받을 당시는 16층 이상만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어서 13층짜리 이 아파트에는 설치되지 않았다.
부산에서는 9일 전에도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에 어린 자매가 화마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4일 오전 4시 15분께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에 있는 한 아파트 4층에서 불이 나 A양(10)과 동생 B양(7)이 숨졌다. 당시 부모는 새벽 일을 하러 집을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