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사놓으라는 2억, 어디다 쓴거야”…‘폭염 속 폭망’ 잼버리, 역량 부족이었다

1 week ago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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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주의와 탁상행정으로 인해 예견된 실패라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감사원은 조직위의 역량 부족과 허위 보고, 부실한 현장 대응 등 여러 문제를 지적하며 관련 책임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여가부와 전북도는 이번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국제 행사 준비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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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퇴직 공무원이 사무총장 맡아
조직위원회 구성 총체적 난국

“갯벌에 나무” 전북 황당시도
시설 부족 알고 있던 여가부
국무회의서 ‘설치’ 허위 보고

올림픽 유치·APEC 개최 등
국제행사 운영역량 확보 절실

사진설명

대한민국 국가 신인도를 실추시킨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우리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주의와 탁상행정으로 인한 ‘예견된 실패’였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올해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전을 앞둔 상황에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감사원은 10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추진 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준비·운영기구인 조직위원회, 주무 부처이자 감독기관인 여성가족부, 유치 지방자치단체인 전북도와 용지 매립을 담당한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총체적 업무 처리 부실로 잼버리가 파행을 빚었다고 밝혔다.

먼저 감사원은 애초 조직위가 잼버리 행사를 개최할 만한 역량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우선 국제 대회 전문성이 부족한 여가부 퇴직 공무원을 조직위 사무총장으로 선임한 것을 문제로 꼽았다. 또 조직위 설립부터 새만금 잼버리 개최까지 조직위 근무 인력 159명 가운데 국제 행사 준비 경험이 있는 직원은 고작 10명(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한국스카우트연맹 측에선 스카우트 출신이 사무총장이 돼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으나 조직을 여가부가 만들었고, 행정안전부와 협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 여가부 추천으로 여가부 퇴직 공무원이 업무를 수행했다”며 “156개국 4만20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역량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

새만금 잼버리를 사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실한 점검과 허위 보고도 사태를 키웠다. 조직위는 여가부에 시설 설치 일정을 실제보다 빠르게 보고하거나 설치가 완료된 것처럼 허위로 보고했다. 조직위를 감독해야 할 여가부는 한술 더 떠 조직위에서 화장실·샤워장 미설치 사실을 보고받고, 현장 점검에서 의료·사무기기 등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시설 설치가 완료됐다”고 국무회의에 거짓 보고했다.

또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과 이기순 전 차관은 총 6차례 현장을 찾았는데 절반 이상 점검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야영장 내부를 방문하지도 않는 등 허술하게 업무를 수행했다. 감사원은 “정부 차원의 보완 대책을 마련할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런 이유로 김 전 장관과 이 전 차관 등을 인사자료 통보 조치했다. 담당 국장은 징계 요구와 함께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참고자료 송부 조치됐다.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애초 전북도는 잼버리 용지 개발 완료 시점이 2019년에서 2022년으로 늦춰졌음에도 “과거 개발 계획을 근거로 야영지 개발과 시설 설치가 완료된다”며 행사 유치를 신청했다. 그늘로 쓸 수 있도록 포플러나무 10만그루를 심겠다는 개최 계획서도 제출했지만 갯벌이었던 곳에 포플러나무를 심는 게 가능한지 검토조차 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새만금 용지가 야영에 적합한지 제반 여건 검토 없이 현장을 눈으로만 보고 후보지로 선정한 사실도 드러났다.

병원 찾은 잼버리 대원들 [사진 = 연합뉴스]

병원 찾은 잼버리 대원들 [사진 = 연합뉴스]

현장 대응도 총체적 난국이었다. 일찍 행사장에 진입한 대원들이 폭염으로 온열 질환을 호소하며 쓰러졌지만 정식 행사 기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탈진을 막기 위한 소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조직위는 또 얼음 구매 예산 1억8000만원을 확보해 놓고도 조직위 사무총장 지시로 얼음 구매를 중단했다. 이 밖에 급식, 방제, 폐기물 처리, 화장실 청소 등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 감사위는 조직위 관계자 6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고 5명은 수사를 요청했다.

이 밖에 농식품부는 농지관리금 사용이 불가능한 ‘관광·레저용지’ 잼버리 용지 매립에 기금을 투입하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용지 용도를 유보 용지로 전환한 뒤 다시 관광·레저용지로 전환하기로 한 사실이 드러났다.

숙영시설 임차, 과정활동 프로그램 운영 등 각종 계약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위반하거나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 특혜를 주는 불법행위도 다수 발각됐다.

이번 잼버리 감사 결과가 또 다른 국제 행사를 준비하는 여가부와 전북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여가부는 오는 8월 인천에서 열리는 ‘APEC 여성경제회의’를 총괄한다. 다만 감사원에서 징계 요구를 받은 해당 국장이 이번 행사를 담당하는 기획조정실에 소속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될 전망이다. 여가부는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세계 잼버리 대회 준비 중요성 인식 부족, 관리·감독 부실 등 감사원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북도는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목표로 하는 만큼 보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국제 행사 대응 능력 확보가 절실하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잼버리 실패는 고통스러웠지만 우리가 무엇을 놓쳤는지를 냉정히 돌아볼 기회였다”면서 “전북은 잼버리의 그림자를 걷고 국제 행사 운영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지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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