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지난 26일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셀프 조사’ 비판이 확산되자 “정부 지시에 따른 조사였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한글과 영문으로 각각 공개했다. 특히 1375자 분량의 한글 입장문에서는 ‘정부’라는 표현이 38차례 등장하며 정부와의 공조를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한글 버전 입장문에서 쿠팡은 “12월 1일 쿠팡은 정부와 만나 전폭적으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는 쿠팡이 정부와 협의 끝에 조사에 협력하기로 결정한 것처럼 읽힐 수 있는 표현이다.
반면 영문 버전에서는 같은 내용을 두고 “12월 1일 정부가 쿠팡에 접근해 전면적인 협조를 요청했다(On December 1, the government approached Coupang and asked for full cooperation)”고 했다. 쿠팡이 먼저 약속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쿠팡에 접근해 협조를 요청했다는 의미로, 조사 주도권이 정부에 있었음을 보다 분명히 드러내려는 의도로 읽힌다.조사의 성격을 설명하는 표현에서도 차이가 분명하다. 한글본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 긴밀히 협력하며 진행한 조사”라고 비교적 완곡하게 썼지만, 영문본은 “정부의 명시적인 지휘 아래 매일 조율되며 진행된 조사(under the express direction of government)”라고 표현해 정부의 직접적 개입과 통제를 한층 더 부각했다.
정부와 국회, 언론의 비판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도 한글 버전은 쿠팡이 ‘억울한 비판’을 받았다고 표현한 반면, 영문 버전에서는 “잘못된 비난(falsely accused)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또 데이터 유출과 관련한 설명에서도 한글 버전은 ‘정보 유출’이라는 표현을 반복해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춘 반면, 영문본은 “정부의 감독 없이 조사가 진행됐다는 잘못된 주장들이 국민에게 잘못된 불안감(false insecurity)을 만들고 있다”며, 독자적 조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더 많은 비중을 뒀다.업계에서는 쿠팡이 해외 투자자나 글로벌 이해관계자를 의식해 영문 입장문에서는 정부 개입과 통제 여부를 보다 강조하고, 한글로 옮기는 과정에서는 표현을 순화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3 hours ago
2

![“주무르면 더 달콤해?”…진짜 ‘단맛’의 비밀 따로 있다 [알쓸톡]](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5/12/26/133014599.3.png)
![‘차등이냐, 보편이냐. 그것이 문제로다’…아동수당 지역 차등지급 논란 [이미지의 포에버 육아]](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5/12/27/133045984.1.jpg)
![쿠팡 김범석, 첫 사과 "초기대응·소통 부족했다…늦은 사과도 잘못" [종합]](https://img.hankyung.com/photo/202512/01.42798388.1.jpg)


![[속보]김범석, 한달 만에 뒤늦은 사과…“정부와 협력해왔다” 여전히 주장](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5/12/28/133048444.3.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