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보편적으로 줄 것인가, 차등을 둘 것인가. 이 해묵은 논쟁이 또다시 아동수당의 발목을 잡았다.만 8세 미만으로 한정된 아동수당을 내년부터 만 9세 미만, 즉 만 8세까지 확대하는 법안이 지역별 차등지급을 둘러싼 이견으로 국회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다음 달 25일로 예정된 첫 확대 수당 지급도 불투명하다.
문제는 예산이 아니다. 정부는 이미 내년도 아동수당 예산으로 2조4806억 원을 편성했고, 국회 예산안도 통과됐다. 하지만 아동수당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서 ‘돈이 있어도 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달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개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하지만 야당은 되레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수도권은 물가와 주거비가 높아 오히려 양육비가 더 많이 들 수 있다며 지역만을 기준으로 차등을 두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월 5000원이나 1만 원 더 주는 것이 실질적인 양육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동수당은 도입 때부터 차등 지급과 관련한 논쟁에 시달려 왔다. 2018년 7월 만 0~5세 아동에게 월 10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로 출발했지만, ‘있는 집에도 왜 주느냐’는 반발 속에 소득 하위 90% 가구로 대상을 제한했다. 상위 10% 가정 아동은 혜택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아동수당은 소득 지원 정책이 아니라 모든 아이에게 주어지는 보편적 지원인데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거셌다. 결국 시행 6개월 만인 2019년 1월 전면 보편 지급으로 전환됐다. 그러는 과정에서 일부 아동은 수당을 받지 못했고, 몇 달 새 생일이 지나 연령 기준에서 벗어나 영영 수당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지금의 갈등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아동수당은 모든 아동에게 동일하게 주어져야 하는가, 아니면 지역이나 여건에 따라 차등을 둘 수 있는가 라는 오래된 질문이 다시 제기된 것이다.

차등지급은 겉보기엔 더 합리적이고 형평성 있는 대안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번 차등 기준을 열어두면 또 다른 기준이 뒤따르기 쉽다. 지역 다음에는 소득, 그 다음에는 가구 형태가 논의될 수 있다.
더구나 지역의 경우 그 안에서도 사정이 제각각이라 형평성에 맞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인천 강화군에 사는 중산층 아동이 서울의 저소득층 아동보다 더 많은 수당을 받는다면 ‘과연 형평성에 맞는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차등에 따라 행정비용이 늘어나는 문제도 뒤따른다.차등지급 논쟁이 붙는 순간 지금처럼 논쟁으로 제도 자체가 멈춘다는 점도 문제다. 2018년 소득 기준 논란 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제도가 지연되는 동안 피해를 보는 쪽은 아이들이다. 과거엔 상위 10% 아동이었고, 이번에는 만 8세 아동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 혜택에서 제외됐던 상위 10% 아동 가운데는 제도가 바뀐 뒤에도 연령 기준을 넘어 결국 수당을 받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아동수당은 저소득 가정을 지원하거나 특정 지역을 살리기 위한 수당이 아니라 아이에게 주어지는 기본권적 수당이다. ‘평등’을 맞춰야 하는 복지가 아니라 보편적 복지란 이야기다. 현 아동수당도 2019년 보편 지급으로 전환하면서 제도의 안정성과 사회적 수용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흐름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아동수당을 보편 지급으로 운영하고, 소득이나 지역에 따른 차이는 주거·교육·세제 정책 등 다른 제도로 보완한다.
지금 아동수당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사실 차등지급이 아니라 연령 확대다. 한국은 제도 도입 7년이 지나서야 겨우 만 8세까지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 ‘아동수당’이 아니라 ‘영유아수당’이라는 비아냥이 따라붙는다. 스웨덴은 만 18세 미만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프랑스와 캐나다도 18세 미만을 기본으로 삼는다. 독일은 직업훈련이나 대학 교육을 받는 경우 만 25세까지 아동수당을 연장 지급한다. 이웃나라 일본도 현재 중학생까지인 수당을 고등학생까지 더 확대할 예정이다.
반면 세계 꼴찌 합계출산율, 초저출산 국가 대한민국의 아동수당은 만 0~5세로 시작해 제도 운영 8년째인 이제 겨우 8세에 도달했다. 야당에서 “지역 차등에 쓸 돈이 있으면 연령을 더 늘리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인프라와 여건 격차는 별도 정책으로 해결
정부는 법이 늦게 통과되더라도 소급분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통과가 지나치게 늦어질 경우 모두 소급이 가능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앞서 소득 기준 논란에서 보듯, 차등지급은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다. 지역 차등은 향후 대도시 가정들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도 크다. 아이들의 보편적 복지가 또 다른 갈라치기 논쟁으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편 수당은 보편 수당대로, 인프라와 여건의 격차는 그에 맞는 정책으로 풀어가는 접근이 보다 현실적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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