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폰지사기
피해 속출 '브릴리언스팀'사기
지난해 발생한 GGF와 판박이
디지털투자·봉사활동 내걸고
투자자 모집 행각 계속 벌여
피해자는 다단계인줄 알고도
원금회수 위해 다시 수렁으로
"수법도, 멘트도, 봉사활동을 가장한 사진 촬영까지 판박이네요."
지난해 폰지사기로 1인당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잃은 글로벌골드필드(GGF) 피해자들이 최근 적발된 브릴리언스팀 사건을 접한 뒤 한목소리로 내놓은 반응이다. 사기 일당이 회사 간판만 바꿔 새 피해자를 끌어모으는 사이 일부 피해자는 원금 회수를 노려 또 다른 사기 단체에 발을 들이기도 하면서 폰지사기가 확산하고 있다. 거액의 손실 끝에 재판이 시작돼도 원금 회수가 난망한 데다 주범 사망 등 변수까지 겹치면서 피해 회복의 길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
1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월 7일 투자사기 법인 GGF 대표 정 모씨에게 범죄단체조직,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징역 25년과 추징금 137억원을 선고했다. GGF에는 벌금 5000만원이, 공범 3명에게는 각각 징역 3년(2명)·6년(1명)과 추징금 864만원, 2548만원, 1억3800만원이 선고됐다.
GGF는 2024~2025년 해외에 본사를 둔 글로벌 투자사라고 홍보하고 봉사단체로 위장해 사회적 기업임을 강조하는 등 브릴리언스팀과 동일한 수법으로 폰지사기를 벌였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GGF 사기 사건으로 전국에서 3860명이 총 3471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폰지사기를 당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GGF 피해자들은 이번 브릴리언스팀의 수법을 듣고 자신들의 피해 양상과 일치한다고 입을 모았다. GGF 피해자 대표 김 모씨(38)는 "브릴리언스팀 폰지사기는 작년에 우리가 당했던 것과 똑같은 레퍼토리"라며 "봉사활동을 통해 활동비를 지급하고 사진을 찍도록 한 점까지 정확하게 같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모집하는 '적극 가담자'에 대한 법적 조치가 미흡해 추가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범이 구속되더라도 불구속 상태인 적극 가담자가 다른 곳으로 옮겨 추가 범행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연수 법무법인 시우 변호사는 "적극 가담자가 추가 범행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기 일당이 이처럼 범죄 근거지를 갈아타며 피해를 확산시키는 사이 일부 피해자는 폰지사기인 줄 알면서 새 사기 단체에 합류해 원금 회복을 노리기도 한다.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다른 목적으로 뒤섞인 채 새로운 피해자가 유입되는 양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지금도 브릴리언스팀·GGF와 동일한 수법을 사용하는 회사가 수두룩하다. 미국에 본사를 뒀다는 A사는 홈페이지에 '기업의 디지털화' '글로벌 생태계 구축' 등을 목표로 한다며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모집책을 통해 투자자에게 '우주 데이터 민영화 공동 구축 계획'을 알리며 투자를 권유하는 식이다.
GGF 피해자 장 모씨(46)는 최근 지인에게서 A사 투자를 제안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장씨는 "아직 본격적으로 투자를 유치하진 않았지만, 폰지사기가 분명해 화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폰지사기에 속은 피해자들은 후유증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대출 이자 상환 같은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한편, 정신적 타격이 크다고 호소했다. GGF 사기로 2억원의 피해를 당한 송 모씨(36)는 "그간 극단적 생각을 한 적도 여러 번 있지만 가족을 생각해 버텨왔다"며 "피해자를 위한 심리 치료 등 상담 지원 제도가 있었으면 활용했을 텐데 그런 점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원금 회수는 여전히 난망하다. GGF 주범 정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공범 일부에 대해 소유 부동산 가압류 조치가 이뤄졌지만, 전체 피해 금액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공범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재산 조회를 거쳐 강제 집행 절차까지 가는 데만도 최소 2년 이상이 걸린다.
GGF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은 양범 법무법인 숨결로 대표변호사는 "공범 인정 범위를 넓혀 이들의 재산에서 피해 금액을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GGF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변수까지 겹쳤다. GGF 주범 정씨가 지난달 16일 지병으로 사망하면서 정씨의 은닉 재산을 추징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 정씨에 대한 형사재판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조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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