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강원)=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우리 아들이 열심히 했어요. 남은 경기도 오늘처럼만 잘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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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제67회 한국오픈 둘째 날 단독 선두로 나선 유송규. (사진=코오롱 한국오픈 조직위) |
내셔널 타이틀 코오롱 제67회 한국오픈(총상금 14억 원) 둘째 날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친 유송규의 어머니가 대견해하며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응원했다.
2015년 KPGA 투어로 프로 활동을 시작한 유송규는 2021년 성적 부진으로 시드를 잃은 뒤 투어 생활을 그만두려고 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한 번만 더 해보자”고 용기를 줬다. 유송규는 어머니의 말을 따라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그와 동시에 독한 마음으로 체중 감량을 시작했다.
유송규는 한때 체중이 140kg 정도 나갔던 거구였다. 골프선수로 큰 몸집은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체력의 한계를 자주 경험했다. 부상도 괴롭혔다. 발목 통증에 시달려 걷는 게 불편해서 붕대를 감고 경기에 나설 때가 자주 있었다. 골프선수에겐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2022년과 2023년은 2부 투어에서 생활했다. 노력만큼 성적이 빨리 올라오지 않았으나 투어 복귀를 위해 게을리하지 않았다. 전지훈련 때는 손바닥이 갈라지고 터질 때까지 훈련했다. 쉽지 않은 체중 감량도 계속해 어느덧 40kg을 뺐다.
2024년 다시 시드를 받았다. 정규 시즌 18개 대회를 뛰었고, 제네시스 포인트 50위로 올해 시드를 유지했다. 2020년 26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었지만, 눈에 띌 정도로 좋아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경기력엔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체중 감량 효과로 예전처럼 체력의 한계를 쉽게 느끼지 않게 됐다.
한국오픈에서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유송규는 23일 강원도 춘천시 라비에벨 듄스 코스(파71)에서 대한골프협회(KGA)와 아시안투어 공동 주관으로 열린 대회 둘째 날에도 언더파를 쳤다. 버디 5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아 4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1라운드에서도 3언더파 68타를 친 유송규는 중간합계 7언더파 135타를 기록해 2타 차 단독 선두에 올랐다. 프로 데뷔 125번째 대회에서 우승에 가장 가까운 위치로 본선에 진출했다.
유송규는 유독 한국오픈에서 좋은 경기를 했다. 지난해 최고 성적은 한국오픈에서 거둔 공동 8위였다.
한국오픈의 코스는 올해 장소를 변경했다. 지난해까지는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렸다. 산악형 코스에 나무가 많고 그린 난도가 높기로 유명한 코스다. 올해 라비에벨 듄스 코스로 옮겼다. 더 까다로워진 코스 세팅으로 투어에서 몇 번씩 우승한 선수들도 오버파 스코어로 무너졌다. 유송규는 이틀 연속 언더파를 쳤다. 이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오픈 예선에 3번 참가했고, 그 경험이 도움됐다.
선두로 나선 유송규는 남은 경기 전략도 확실하게 세웠다. 우승 경험이 없는 유송규는 선두로 나선 경험도 많지 않다. 부담이 클 수 있어 확실하게 전략을 세우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는 “코스가 어렵다. 그러니 우선은 페어웨이를 잘 지켜야 하고 페어웨이를 놓쳤을 때 무리한 핀 공략보다는 그린에만 올리고 퍼트로 마무리하는 경기 운영이 필요하다”며 “어제와 오늘은 계획대로 잘했고, 남은 이틀도 오늘과 같이 경기하겠다”고 차분하게 우승 경쟁을 준비했다.
2라운드를 끝내고 미디어 인터뷰까지 마친 유송규는 어머니를 두고 다시 연습그린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경기도 동탄에서 식당을 운영한다. 남아서 아들을 챙겨주고 싶지만 “일을 하러 가야 한다”고 했다. 연습하러 가는 아들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노력의 결실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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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송규가 3번홀에서 티샷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