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株 폭락' 불러온 젠슨 황 "양자컴 상장사 있는 줄 몰랐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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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3.21 06:06 수정2025.03.21 06:06

'양자컴株 폭락' 불러온 젠슨 황 "양자컴 상장사 있는 줄 몰랐다"[현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양자컴퓨팅 기업들이 상장사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관련주 폭락을 불러온 “양자컴퓨팅 상용화에 30년은 걸릴 것”이라는 자신의 발언을 처음으로 수습하고 나선 것이다.

20일(현지시간) 황 CEO는 미국 새너제이 시빅에서 열린 자사 최대 연례 콘퍼런스 ‘GTC 2025’에서 “내가 쿠다(CUDA) 플랫폼을 구축해 오늘날의 컴퓨팅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데 거의 20년이 걸렸기 때문에 5년, 10년, 20년 같은 시간이 나에겐 정말 의미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신의 발언의 파급력이 클 줄 몰랐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는 곧이어 농담조로 “양자컴퓨터 기업이 어떻게 상장할 수 있었느냐”고 반문한 뒤 “양자컴퓨팅은 잠재력과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 1월 ‘CES 2025’에서 애널리스트들과 만나 “양자컴퓨팅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지만 15년은 양자컴 발전의 초기 단계일 것이고, (상용화 시점이) 20년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믿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뉴욕증시에서 리게티컴퓨팅(-45.41%), 아이온큐(-36.13%), 퀀텀컴퓨팅(-43.34%) 등 양자컴 관련주가 일제히 폭락했다.

이날 황 CEO는 두 달 전 자신의 발언을 의식한 듯 GTC에 처음으로 ‘퀀텀 데이(양자의 날)’를 만들어 양자컴 업계 인사를 대거 초청했다. 그는 “기업 CEO가 손님들을 초청해 자신의 발언이 왜 잘못됐는지 설명하는 행사는 아마 역사상 처음일 것”이라며 “나는 양자컴 생태계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미국 보스턴에 설립한다고 발표한 ‘엔비디아 가속 양자 연구센터'(NVAQC)’에 대해선 “NVAQC는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가속화 컴퓨팅 및 하이브리드 양자컴퓨팅 연구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버드대와 메사추세츠공대(MIT)와 협력하기 위해 위치를 보스턴으로 잡았다”고 덧붙였다.

‘휴전’에 가까운 모습에도 황 CEO와 12개 양자컴 업계 대표주자들과의 묘한 신경전은 계속됐다. 황 CEO는 “양자컴퓨터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초 과학을 이해하는 궁극적인 도구가 될 수 있는데, ‘양자 도구’가 아닌 ‘양자컴퓨터’로 명명돼 사람들이 기존에 갖고 있는 컴퓨터에 대한 개념에 혼란을 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쓸 만한 양자컴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도 던졌다. 그는 “양자컴을 써서 주문한 버거가 3초 만에 나오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한데, 그게 양자컴의 쓸모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양자컴 상용화 20년’ 발언을 수습하면서도 여전히 이른 상용화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1월 황 CEO의 발언에 “그의 주장은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던 앨런 바라츠 디웨이브퀀텀 CEO는 “나 역시 이 개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터 채프먼 아이온큐 CEO는 “우린 10년 후에는 엔비디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길 희망한다”며 “우린 양자컴을 활용해 모두가 사용하는 응용 프로그램을 상당히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튜 킨셀라 인플렉션 CEO는 “1946년 사람들이 애니악 컴퓨터를 봤을 때 언젠가 우리가 이걸로 실시간 소통을 하고, 공유차량을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못했다”며 “지금 당장 상상이 어려워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황 CEO는 양자컴 업계와의 협력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했다. 그는 “오늘 퀀텀 데이는 올해가 첫 행사라 많이 서툴 수 있다”며 “다음 행사부터는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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