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명 대학병원의 수술실. 집도의 옆에서 화면을 지켜보던 ‘인공지능(AI) 판독가’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AI의 MRI(자기공명영상) 판독 결과와 종양 위치가 동일합니다. 심전도, 혈압, 산소포화도 등을 AI가 종합 분석한 결과 당장 수술을 진행해도 되겠습니다.”
환자의 다중 생체 신호와 의료 영상 데이터를 AI가 통합 분석해 맞춤형 수술을 시행하는 미래 수술실의 모습이다. 환자 개인이 착용한 스마트워치, 병원 서버에 암호화된 형태로 저장된 의료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있는 AI가 분석하면 지금보다 훨씬 세밀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일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6세대(6G) 이동통신이 필수다.
대다수 사람은 통신이란 단어를 들으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서비스를 떠올린다. 하지만 통신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특히 정보화 혁명 이후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계, 기계와 기계 등 모든 것이 통신으로 연결되면서 서울대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뉴미연)의 연구 범위도 꾸준히 넓어지고 있다. 뉴미연은 6G 상용화와 함께 새로 등장할 다양한 응용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저대역폭에서 홀로그램, 3차원(3D) 비디오 회의 등을 구현하는 기술이 대표 사례다. 예컨대 3차원 비디오 회의에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첫 회의에서 인간의 정보를 파악한 뒤 그다음 회의부턴 AI가 실제 사람이 움직이듯 3차원 영상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가상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저대역폭에서도 생생한 증강현실(AR)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은 미래 스마트 디바이스와 연결돼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차원의 통신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신호처리 분야에서도 AI를 접목해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로봇 등의 분야에서 실시간 신호 분석과 데이터 처리를 수행하는 AI 신호처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실외 환경에서 로봇이 안정적으로 움직이도록 돕는 기술이다. 기기가 받아들이는 실시간 정보를 AI가 처리하고 행동 패턴을 계산해 다양한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뉴미연은 데이터센터 네트워킹 연구에서도 혁신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대규모 학습 및 추론을 수행하는 AI 데이터센터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의 연산 자원을 최적화해 고효율 연산 처리를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휴대용 모바일 기기에서도 데이터센터 수준의 고성능 컴퓨팅을 제공하는 ‘모바일 슈퍼컴퓨터’를 실현할 수 있다.
앞으로 스마트폰 외에 새로운 폼팩터의 단말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연구소의 예상이다. 특히 인체에 삽입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초소형 단말에서도 고성능 연산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런 소형 단말이 가능하려면 기기 내에서 연산이 이뤄지는 ‘온디바이스 연산’에서 벗어나 클라우드나 에지 서버에서 연산을 수행해야 한다. 연구소는 기지국을 비롯한 외부 인프라에서 연산을 대신 수행하는 방식의 이동통신 융합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