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양자컴퓨팅 상용화에 최소 20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양자컴퓨팅의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자신의 발언으로 양자컴퓨팅 관련주가 폭락한 것과 관련해선 “양자컴퓨팅 기업들이 상장사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젠슨 황 CEO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연례회의 ‘GTC 2025’의 ‘양자의 날’ 패널 토론에서 “양자컴퓨터는 기초과학을 이해하는 도구인데 ‘양자 도구’가 아니라 ‘양자컴퓨터’로 명명돼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양자컴퓨터 기업 CEO들에겐 “쓸 만한 양자컴퓨터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며 “양자컴퓨터를 써서 주문한 버거가 3초 만에 나오면 좋겠지만 그게 양자컴퓨터의 쓸모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양자컴퓨터의 유용성에 의문을 나타낸 것이다.
젠슨 황 CEO는 지난 1월 ‘CES 2025’에 참석해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전해진 뒤 미국 뉴욕증시에서 리게티컴퓨팅(-45.41%), 퀀텀컴퓨팅(-43.34%), 아이온큐(-36.13%) 등 양자컴퓨터 관련주가 일제히 폭락했다. 젠슨 황 CEO는 이날도 “엔비디아가 쿠다(CUDA) 플랫폼을 구축해 오늘날 컴퓨팅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데 거의 20년이 걸렸기 때문에 5년, 10년, 20년 같은 시간이 내겐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젠슨 황 CEO는 자신의 발언으로 주가가 폭락한 것에 대해선 간접적으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양자컴퓨팅 기업들이 상장사라는 사실을 몰랐다”며 “양자컴 생태계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발표한 ‘엔비디아 가속양자연구센터(NVAQC)’ 설립과 관련해선 “NVAQC는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가속화 컴퓨팅 및 하이브리드 양자컴퓨팅 연구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젠슨 황 CEO가 양자컴퓨팅에 다소 회의적인 발언을 내놓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날 퀀텀컴퓨팅(-11.71%), 아이온큐(-9.27%), 리게티컴퓨팅(-9.24%) 등 양자주는 동반 급락했다.
젠슨 황 CEO는 행사 직후 새너제이컨벤션센터에 차려진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7세대 그래픽 D램(GDDR7) 제품에 “RTX(게임용 그래픽카드)에 장착, 삼성 GDDR7 최고(Rocks)”라고 적었다. 또 자신을 보려고 몰려든 인파를 향해 “삼성은 똑똑하다(clever)”고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달리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은 둘러보지 않았다. 지난해 GTC 때는 삼성전자 HBM3E(6세대 HBM) 12단 제품에 서명과 함께 “젠슨이 승인했다(Jensen Approved)”는 글을 적었지만 아직까지 납품은 성사되지 않았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