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무조건 빨리 수술하고 보라고?”…‘암 평가제’에 멍드는 다학제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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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적정성평가’ 제도가 환자 중심 치료가 아닌 병원 간 점수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평가 기준이 환자의 상태나 치료 과정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계적 지표에 의한 평가가 치료의 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평가 체계를 환자의 치료 경과와 질적 요소를 함께 반영하는 통합 성과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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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종양학회, 암평가 개선 논의
‘30일내 수술률’ 등 기계적 지표에
다학제 횟수만 평가..적정성 취지 퇴색
의료계 “환자 맞춤·성과 중심 평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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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여 년째 시행 중인 ‘암 적정성평가’ 제도가 환자 중심 치료보다 병원 간 점수 경쟁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수술을 얼마나 빨리 했는 지, 다학제 진료를 얼마나 자주 열었는 지 같은 정량 지표 위주로 평가하다 보니 환자 상태나 병기, 치료 경과 등 임상적 맥락이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에선 ‘확진 후 30일 내 수술률’ 같은 기계적 기준이 치료의 질을 왜곡하고 다학제 협진 역시 형식화되고 있다며 환자별 치료 과정과 결과를 함께 반영하는 평가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암 적정성평가는 2011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시행 중인 제도다. 위암, 대장암, 폐암, 간암, 유방암 등 5대 암을 대상으로 진단부터 수술, 항암, 방사선치료까지 치료 전 과정을 지표화해 병원별 진료 수준을 비교·공개한다. 평가 결과는 환자의 병원 선택에 참고 자료로 활용되고, 의료기관에는 질 향상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제공된다.

그러나 시행된 지 10여년이 지나면서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달리 지표 달성을 위한 행정 경쟁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나치게 세분화된 항목이 임상 현실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진료’가 ‘좋은 치료’보다 우선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암 확진 후 30일 이내 수술 시행률 지표다. 조기 수술이 예후를 높인다는 근거로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환자 상태보다 일정 관리가 우선시되거나 전원·검사 과정이 지연된 환자가 불이익을 받는 등 현장 괴리가 크다. 일부 병원은 점수를 맞추기 위해 야간·주말 수술을 늘리는 사례까지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문제의식은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대한방사선종양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도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날 ‘암 적정성평가 실효성 개선을 위한 노력’ 세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평가 지표가 치료의 질을 반영하지 못하고 행정적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나법세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최종 병기 확정 없이 임상병기 만으로 수술에 들어가는 폐암 환자가 60%에 달한다”며 “전원 절차나 병기 확정 지연 등으로 30일 내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평가 기준은 이런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학제 진료 항목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다학제 진료는 외과·내과·영상의학과·병리과·방사선종양학과 등 여러 전문의가 모여 환자별 최적 치료법을 논의하는 제도지만 현행 평가는 단순히 진료 비율로만 환산된다.

실제로 일부 병원은 점수를 높이기 위해 다학제 진료가 불필요한 환자까지 포함시키는 등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 정민규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다학제는 횟수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며 “치료 중 재발이나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의 협진은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명아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도 “현재의 적정성평가는 정량적 평가만 가능해 다학제 진료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들까지도 회의에 포함되는 부작용이 있다”며 “단순히 얼마나 많이 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적절하게’ 이루어졌느냐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효율적인 평가 방식이 인력과 자원 낭비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용환석 고대구로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현행 제도는 세개 과 이상이 직접 모여야만 인정돼 회의 일정 조율과 의료진 동원에 과도한 시간이 투입된다”며 “비대면 회의나 온라인 협진을 인정하면 의료진의 피로도를 줄이면서도 진료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택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교수도 “병리 전문의 인력이 전국적으로 매우 제한돼 있음에도 현 제도는 대면 회의만 인정해 실제 다학제 참여가 쉽지 않다”며 “디지털 병리 시스템을 활용하면 슬라이드를 원격으로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판독·협의할 수 있는데도 평가에서 제외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지표 설계가 의료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교수는 “적정성평가가 신기술, 임상시험, 비급여 치료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신 치료를 도입한 병원이 오히려 낮은 점수를 받는 왜곡이 생긴다”고 말했다. 대장암 평가에서 방사선 치료가 중요한데도 전문 인력 항목에는 방사선종양학과가 빠져 있다는 것이 일례다.

그는 이어 “결국 수치 위주의 평가가 치료의 다양성과 환자 맞춤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며 “의학의 발전 속도에 맞춰 지표를 주기적으로 개편하고 최신 치료가 평가 체계에 자연스럽게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암 적정성평가가 단순한 병원 평가를 넘어 환자 치료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국가 단위 관리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평가의 초점을 수술 시점이나 횟수와 같은 단기 지표에 두는 대신 환자의 치료 경과와 생존률, 재발 관리, 다학제 진료의 질적 요소 등을 함께 반영하는 ‘통합 성과 평가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디지털 병리·비대면 협진 등 의료기술 발전을 제도에 유연하게 수용하고 병원 규모·인력 수준·지역 여건에 따라 기준을 달리 적용하는 ‘차등형 지표’를 도입해 현장의 현실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 교수는 “적정성평가의 목적은 점수를 매기는 데 있지 않다”며 “의료기관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 환자의 생존과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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