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쓱데이 행사 마지막 날이던 지난 2일 서울의 한 이마트 수산물 코너. ‘국산 고등어 할인’ 안내판 앞에서 한 중년 부부가 “국산은 언제 들어오느냐”고 묻자 직원은 난감한 표정으로 “품절됐다”고 답했다. 매대 한편은 노르웨이산 고등어로 채워져 있었다. 손님들은 수입산 고등어 팩을 들었다 놨다 하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기후변화로 바다 수온이 오르면서 국내산 고등어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300g 이상 중·대형 고등어 비중은 3.9%로 작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산지 가격은 ㎏당 6591원으로 1년 새 두 배 올랐다. 대형마트에선 국산 대신 노르웨이산으로 진열장을 채우는 모습이 흔한 풍경이 됐다.
"맛보기 어려워"…'국민 생선' 고등어, 앞으로 고급 어종되나
5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위판된 국내산 고등어의 중·대형어 비중은 7.0%로 작년(9.0%)보다 2%포인트 낮아졌다. 올해 1~9월 누적 비중은 3.9%로 작년(13.3%)과 평년(20.5%)보다 큰 폭으로 었다.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은 치솟고 있다. 지난달 냉장 고등어의 산지가격은 ㎏당 6591원으로 작년보다 100.6%로, 평년보다 123.3% 두배 넘게 비싸졌다. 소비자 가격도 1만1460원으로 작년보다 10.8%, 평년보다 9.8% 각각 상승했다. 부산공동어시장 관계자는 “중·대형 고등어는 먼바다 어획 비중이 높은데, 고수온에 어군이 분산되고 유가 부담까지 겹치면서 조업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국산 고등어는 동해·남해 연안에서 잡히자마자 유통돼 신선도가 높고 살이 부드러워 구이·조림용으로 적합해 여전히 선호도가 높다. 반면 노르웨이산은 지방 함량이 높아 맛은 진하지만 수입 과정에서 냉동·해동을 거치는 경우가 많아 국산과는 식감 차이가 난다는 평이 많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국산 대형 고등어가 귀해지니 오히려 찾는 손님이 늘고 있다”며 "공급 부족이 국산 고등어의 희소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어민들 "中서 수산물 정부 비축분까지 싹 쓸어간다"
수산업계는 국내 수급 불안과 더불어 ‘중국의 수입량 증가 변수’까지 겹쳤다고 분석한다. 중국도 자국 연안 어획이 줄어든 데다 내수용 수산물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한 고등어 가공업체 관계자는 “최근 중국 수입업자들이 국내산 고등어를 정부 비축분 물량까지 웃돈을 주고 사들이는 바람에 가격이 한 번에 뛰는 날이 많다”며 “중국 내에서도 손질이나 가공용으로 중·대형 국산을 선호해 일정 물량을 아예 통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대형마트도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최근 어획량이 줄면서 산지 입찰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유통기한이 비교적 짧은 국산 생물 특성상 재고 확보가 어려워진 탓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행사 때는 진열장을 꽉 채워야 하는데 요즘 나오는 국산은 씨알이 작고 물량 자체가 적어 구색 맞추기가 쉽지 않다”며 “결국 크기가 일정하고 물량 확보가 쉬운 수입산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망치고등어 어획량 관리 나선다…정부, 기후변화 적응 대책
정부는 고등어·오징어 등 대중 어종의 어획량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변화 적응 대책’을 준비 중이다. 해양수산부는 기후변화로 어종별 어획 패턴이 달라지는 데 대응하기 위해 총허용어획량(TAC) 적용 어종을 넓힌다.
해수부는 지난 6월 이같은 내용의 TAC 시행 계획을 확정하고 7월 1일부터 시행했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수산·양식 분야 기후변화 대응 종합 계획’의 후속조치로, 급변하는 해황에 맞춰 어획을 관리하고 어업인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번 계획에는 망치고등어와 기름가자미가 새로 TAC 대상에 포함됐다. 우리 연근해에서 잡히는 고등어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망치고등어는 씨알이 작아 국내 소비가 적고 주로 아프리카로 수출되지만, 최근 해외 수요 확대와 함께 어획이 늘어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기름가자미도 회·찜·탕 등으로 소비가 늘면서 자원 관리가 필요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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