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서류인 아홀로틀은 탁월한 재생 능력으로 유명하다. 다 자란 아홀로틀은 앞·뒷다리를 잃더라도 새로 재생할 수 있다.
미국 노스이스턴 대학교 연구자들은 형광 효과를 내도록 유전자 조작한 아홀로틀을 사용하여 이 동물의 신체 재생 메커니즘을 분자 수준에서 일부 알아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 했다.아홀로틀은 개구리와 같은 다른 양서류와 달리 완전한 변태(예: 올챙이→개구리)를 거치지 않는다. 성체가 되어도 외부 아가미와 물갈퀴가 있는 유년기의 특성을 유지하며, 이러한 독특한 외형 덕분에 ‘영원한 젊음’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들은 보통 10~15년 동안 살아간다.아홀로틀이 일찍부터 주목받은 이유는 사지뿐만 아니라 심장, 폐, 심지어 뇌 조직까지 재생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멕시코 야생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이 동물은 19세기부터 실험실에서 길러지며 연구의 대상이 되었다.
아홀로틀의 재생 과정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어느 부위가 손상됐는지 정확히 인지한 뒤, 해당 부위에 딱 맞는 형태로 재생한다는 점이다.
신체 부위를 재생하려면, 재생 세포가 각 위치에서 필요한 역할을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절단 부위가 팔꿈치 위쪽(상완)이라면, 재생 세포들은 상완 먼저 재생한 후 하완→손 순서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팔꿈치 아래쪽(하완)이 절단 되면 하완과 손만 재생하면 된다.연구진은 이러한 정교한 메커니즘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레티노산(Retinoic Acid) 분자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비타민 A 유도체인 레티노산은 세포 성장, 분화,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리 활성 물질이다. 이는 피부관리 제품에 함유된 레티놀과 관련이 있다. 레티놀은 콜라겐 합성을 촉진해 피부 탄력 개선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레티노산이 존재할 때 조직이 빛나도록 만든 아홀로틀을 사용하여 실시간 추적 연구를 진행했다. 아홀로틀의 앞다리를 절단 한 후 어떻게 재생하는 지 들여다 본 것이다.
논문 교신 저자인 생물학자 제임스 모나한 교수는 실험 전 아홀로틀에게 마취를 시행하고 건강 상태를 면밀히 관찰했으며, “아홀로틀은 포유류와 달리 절단 후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보이지 않으며 몇 주 안에 완전히 재생한다”라고 이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안심 시켰다.
연구 결과, 레티노산 분해 효소를 차단하는 약물을 투여한 아홀로틀은 절단된 사지를 잘못 재생했다. 예를 들어 아래팔이 있어야 할 자리에 위팔이 생겨났다. 반면 약물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은 정상적으로 재생했다.
연구진은 레티노산이 위치정보 시스템 GPS처럼 작용해 세포가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세포 내 유전자를 활성화해 사지 성장 과장을 조절하는 화학적 역할을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CYP26B1이라는 효소가 특정 부위에서 필요한 레티노산 양을 정확히 조절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레티노이드의 양이 세포에게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알려주는 신호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예를 들어 팔 전체를 재생할 수 있는 세포 집합체는 손을 만드는 세포보다 더 많은 레티노산을 필요로 하며, 손가락을 재생하는 경우에는 더 적은 양을 필요로 한다.레티노산은 인간의 세포 분화와 성장에도 필수적이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는 진화의 어느 시점에서 잘린 신체 부위를 재생하는 능력을 잃었다. 이는 더 복잡하고 정교한 신체 구조를 갖추기 위해 치른 대가로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재생 능력이 인간의 몸속에 잠재해 있기를 바라고 있다. 더 심도 깊은 연구를 통해 재생 능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완전히 이해한다면 인간의 잘린 팔과 다리를 다시 자라게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나한 교수는 인간의 DNA에는 신체 부위를 재생할 수 있는 설계도가 들어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배아였을 때 이미 이런 팔다리를 만들어 본 적이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를 활성화 할 수 있는 화학적 신호를 찾아내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 내셔널지오그래픽 참조)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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