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 운행’에 출근길 열차 지연
애꿎은 시민들 한숨만 커져
승객들 “불편하다”며 불만 토로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노동조합 중 가장 규모가 큰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20일부터 준법운행을 선언하면서 시민들의 불편함이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서거나 다른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등 출근에 늦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20일 오전 8시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플랫폼에 출근길에 쫓기는 직장인들이 몰려들었다. 출근길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경직된 표정으로 분주하게 2호선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플랫폼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늦지 않으려고 계단을 뛰어 내려갔고, 시내버스 등으로 교통수단을 갈아타려고 서둘러 뒤돌아 나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날 시작된 서울교통공사의 준법운행으로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지하철이 준법운행을 하게 되면 최대 30초로 규정된 정차시간을 채워 운행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열차 운행이 순차적으로 늦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날 아침 매일경제 기자들이 탔던 열차들은 대부분 정차시간을 25~30초로 유지하고 있었다.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줄이 평소보다 길어지고, 지하철 안에 인원이 과도하게 밀집하며 여러 대를 그냥 보내야하는 일도 잦았다.
금천구천역에서 서울역으로 출근하는 김성진 씨(43)는 “아침에 배차 간격이 조금 길어진 것 같아 불편하다”며 “10분 정도 일찍 나왔는데 못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한국철도공사 태업이 겹치면서 시민들이 불편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날 4호선 서울역 플랫폼에선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동조합 태업으로 인해 1·3·4호선 열차 운행이 지연될 수 있으니 이 점 참고해 열차를 이용하시길 바란다”는 방송과 “교통공사 파업으로 인해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으니 혼잡 지역을 피해 안쪽으로 들어와 열차를 타달라”는 관제센터 직원의 안내가 연이어 나오기도 했다.
오전 8시 반께 서울역에서 회현역 방면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플랫폼을 가득 채워 줄을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을 낳기도 했다. 인천역에서 명동역까지 출근하는 여성 A(45)씨는 “어제까진 괜찮았는데 오늘은 (파업으로 인한 정체가) 좀 심한 편”이라며 “서울역에서 명동역으로 갈아타면서 이렇게 줄 설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전날 교통공사는 준법투쟁을 하더라도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열차 운행 횟수와 출·퇴근 시 열차 배차 간격을 평상 시와 같이 유지한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총파업까지 예정되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은 가중될 전망이다.
한편 교통공사노조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20일부터 준법운행에 들어갔다. 노조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내달 6일 총파업에 들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