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연초 제시한 14조 중
하반기 배정 7조→3조원대로
당국 압박에 계획 조정 나서
6·27 부동산 대책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도입 등 전방위적인 대출 조이기에도 대출 잔액이 줄지 않자 금융당국이 하반기 새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내라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초 제시한 증가 목표치에서 상반기 증가분을 뺀 나머지 금액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료 요구 제출 시스템을 통해 하반기 새로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요청받아 작업 중이다.
당초 5대 시중은행은 연초 14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가계대출 잔액을 늘리겠다고 당국에 보고한 상황인데, 하반기가 시작되기 전 도입된 각종 규제에도 가계대출이 여전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자 당국이 목표치 하향 조정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 이달 들어 17일까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조5846억원이 늘어난 757조419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일당 평균 2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대출 막차’가 몰렸던 지난 6월 영업일당 평균 3554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줄긴 했지만, 이대로라면 7월 한 달 가계대출 증가액이 4조5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라 당국 입장에선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시중은행에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다시 제시하며 당초 예상치의 절반 가까이를 줄이게 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5대 시중은행은 일단 올해 전체 증가 목표인 14조원 가운데 7조원가량을 상반기에 소진했고, 남은 7조원의 절반 수준인 3조5000억원 정도로 설정하되 당국과 협의해 좀 더 여지를 두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이 가계대출 목표를 갑자기 줄이면 대출 수요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규제 강화를 앞두고 나타났던 ‘대출 오픈런’ 등 현상이 심화되고, 연말로 가면 갈수록 대출받기가 어려워져 꼭 필요한 실수요자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현재 가계대출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은 규제 전 신청이 마무리됐던 것과 규제 전 주택 매매 등 계약이 이뤄진 게 7~8월에 많이 실행된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주택 거래가 줄어들면 오는 9월 이후엔 자연스럽게 가계대출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