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단체의 수단난민 성비위의혹 59건
연루된 직원 18명 신상공개 없이 해고
피해여성은 구호품 끊길라 침묵하기도
국제 의료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 직원들이 수단 내전을 피해 인접국 차드로 피신한 난민들을 상대로 성 착취와 성적 학대 등을 저질렀다. 미성년자 피해자까지 포함된 광범위한 착취 중에는 조직적인 성매매 정황도 드러났다. MSF는 직원들에 59건의 비위 의혹이 제기된 사실을 인정하고, 관련 직원 18명을 해고했다.
16일(현지시간) BBC·AP통신 등에 따르면 MSF는 2024년 말 차드 동부 난민캠프의 수단 난민 여성들이 제기한 성 착취·성적 학대 의혹을 계기로 조사팀을 파견해 수개월간 자체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성희롱부터 성 착취, 성적 학대에 이르는 59건의 비위 의혹이 확인됐다. MSF는 “이 가운데 일부는 조사로 사실로 드러났으나, 피해자나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 확인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작성된 이 내부 보고서는 AP통신이 기밀문서를 입수해 13일 처음 보도했고, 이후 MSF가 이메일을 통해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MSF는 보고서를 “어디서 시스템이 무너졌는지를 솔직하게 분석한 내부 자료”라고 덧붙였다. 라우라 라이저 MSF 국제 사무총장은 이번 비위에 대해 “MSF의 가치와 책무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참담한 심정으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직원들이 식량·물·분유 등 구호품을 대가로 여성 난민에게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일자리를 미끼로 성을 착취한 사례를 적시했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난민의 성매매 정황도 드러났으며, 반복적으로 이뤄진 일부 착취는 조직적인 성매매성 인신매매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난민캠프 내 특정 구역에서는 직원들이 소녀들을 물색하는 모습이 목격됐으며, 지역 지도자들은 어린 소녀에 대한 MSF 직원 방문을 막기 위해 통행금지를 시행하기도 했다.
특히 일용직으로 고용된 난민 소녀 7명이 MSF 차량에 태워졌으나, 급수·건설 현장으로 간다는 말과 달리 다른 장소로 옮겨져 성적 학대와 성관계 요구에 노출된 사례가 보고서에 담겼다. 피해는 난민에 국한되지 않았다. 일부 차드인 여성 직원들은 상사·동료와의 성관계를 거부하면 해고하겠다는 협박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이 침묵한 배경도 드러났다. 여성들은 신고할 경우 구호 접근권이 끊길 것을 우려해 입을 닫았고, 일부는 문제를 제기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신고 접수 이후에도 공식적인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MSF는 사건 발생을 자초한 구조적 한계도 인정했다. 인력이 급히 필요한 상황에서 신원 조회 없이 채용이 이뤄지면서 과거 비위 전력자가 고용됐고, 2023년 직원·지역 지도자를 대상으로 수주간 예방 교육을 실시했지만 높은 이직률 탓에 효과가 지속되지 못했다. MSF는 또 2021년 콩고 에볼라 사태, 2002년 서아프리카 구호 인력 성 착취 등 과거에도 유사한 진단과 권고가 있었으나 “별다른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라고 자성했다.
MSF는 확인된 피해자에 심리적·의료적 치료를 제공하고 법률적 지원도 했다고 밝혔다. 해고된 18명은 국제 직원·현지 직원·외부 계약자 등이 포함됐으며 모두 ‘MSF 재고용 금지’ 명단에 올랐다. 다만 보고서는 현지 직원에 대해서는 이런 명단을 공유할 시스템이 없어 다른 지역 MSF에 재취업할 수 있다는 허점도 지적했다.
한편 수단에서는 2023년 4월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사이의 권력 다툼으로 내전이 발발했다. 유엔에 따르면 1100만명 이상이 삶의 터전을 떠났고, 이 가운데 100만명에 가까운 인구가 서쪽 차드로 피신했다. 1981년부터 차드에서 활동해 온 MSF는 동부 난민캠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구호단체다. 872명의 현지 직원과 81명의 국제 파견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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