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총기살해 사건’ 유족이 보내온 입장문 [전문]

14 hours ago 2

21일 총기사고가 발생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단지에 경찰 수사관들이 출동해 수습작업을 하고있다.2025.7.21/뉴스1

21일 총기사고가 발생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단지에 경찰 수사관들이 출동해 수습작업을 하고있다.2025.7.21/뉴스1
인천에서 60대 남성이 직접 제작한 총기로 자신의 아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피해자 유족 측이 입장을 밝혔다.

유족 측은 “이 사건은 피의자가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를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라며 “피의자에게는 참작될 만한 그 어떤 범행 동기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족 측은 피의자가 25년 전 잘못으로 피해자 모친과 이혼했으나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았고, 피해자가 혼인할 때까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헌신했다며, 8년 전 이혼 사실을 알렸으나 피의자가 알면 상처받을 것을 우려해 숨겨왔다고 밝혔다.

사건 당일 피해자 가족은 피의자를 위해 생일자리를 마련했고, 가정불화로 인한 범행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피의자가 총격 후 며느리와 손주들까지 위협하며 무차별 살인을 시도했으나 총기 불발로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참을 수 없는 슬픔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어지는 보도 내용을 바로 잡고, 피의자의 범행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최근 대리인을 선임했다. 유족은 구체적인 내용을 경찰에 전달했으며, 추가 조사에도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유족들이 더 이상 근거 없는 추측으로 고통 받고,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이 왜곡되지 않도록 향후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보도를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최근 인천 연수구에서 발생한 사제총기 사건과 관련해 유족 측이 동아일보에 보내 온 입장 전문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전혀 사실과 다른 소문들이 확산돼 유족 측이 ‘2차 피해’를 입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인천 연수구 총기 사고 관련 유족 측 입장 [전문]

○ 피의자가 ‘이혼으로 인한 가정불화’를 이유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보도내용에 관하여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이 사건은 피의자가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를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무참히 살해한 사건입니다. 피의자에게는 참작될 만한 그 어떤 범행 동기도 있을 수 없습니다.

- 피의자는 피해자의 모친과 25여년 전 피의자의 잘못으로 이혼하였으나, 피해자의 모친은 피해자에게 이혼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며, 피해자가 혼인할 때까지 피의자와 사실혼 관계로 동거를 하며 헌신했습니다.

- 피해자의 모친은 피해자가 혼인한 이후인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비로소 피해자에게 이혼사실을 알렸습니다. 다만, 피해자가 이혼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사정을 피의자가 알게 되면 피의자가 심적 고통을 배려하고자, 피의자에게는 이혼 사실을 피해자가 알고 있음을 내색 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 이와 같은 피해자 모친의 당부에 따라 피해자와 피해자의 아내는 피의자를 위해 이혼 사실을 알고 있다는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뿜만아니라, 이 사건 발생 당일에도 피의자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피의자를 집으로 초대한 것입니다.

- 이 사건 당일 피해자는 심지어 어머니께서 회사 일로 함께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별도로 피의자에게 전달했습니다. 피의자를 위해 피해자가 이혼 사실을 알고 있다는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으므로, 피의자가 ‘이혼에 의한 가정 불화’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에 불가합니다.

○ 그리고 피의자는 피해자와 함께 그 자리에 있던 며느리와 손주들을 모두 살해하려고 했습니다.
- 피의자는 생일파티를 마치고 함께 케익을 먹던 중 편의점에 잠시 다녀온다고 말을 하고는 총기가 들어 있는 가방을 들고 올라와서 피해자를 향해 총을 두발 발사한 후, 피해자의 지인에게도 두 차례 방아쇠를 당겼으나 불발되었습니다.

- 이후 피의자는 아이들을 피신시키고 숨어있던 며느리가 잠시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해 방 밖으로 나올 때, 피의자는 총기를 다시 재정비하며 며느리에게 소리를 지르며 추격했습니다. 며느리가 다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들이 숨어있는 방문을 잠그자 수차례 개문을 시도하며 나오라고 위협하였으나 개문에는 실패했습니다.

- 즉, 피의자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살인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하였으나, 총기의 문제로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판단됩니다.

○ 유족 측은 참을 수 없는 슬픔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어지는 보도 내용을 바로 잡고, 피의자의 범행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최근 대리인을 선임했습니다. 유족은 구체적인 내용을 경찰에 전달했으며, 추가 조사에도 적극 협조할 예정입니다.

○ 마지막으로 유족들이 더 이상 근거 없는 추측으로 고통받고,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이 왜곡되지 않도록 향후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보도를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또한, 피해자의 아내가 전하고 싶은 말은 피해자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아빠였으며, 저에게는 훌륭하고 자상한 남편이었습니다. 매일 매일 더 나은 남편이자 아빠가 되기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아내인 저를 항상 아껴주고 늘 고맙다, 사랑한다 말해주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떠났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저희 가족은 한순간에 삶이 무너졌고, 남겨진 아이들은 사랑하는 아빠를 잃은 상처와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습니다. 부디, 남편의 억울한 죽음이 왜곡되지 않도록, 그리고 아이들이 이 고통을 딛고 살아갈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피해자가 남긴 사랑과 기억이 아이들의 마음 속에서 두려움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여러분의 배려와 침묵을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