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번역에 전용대출…外人 모시는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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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 안산 등 외국인 근로자 밀집 지역 내 은행에서는 매주 일요일 ‘오픈런’ 경쟁이 반복된다. 언어 장벽에 부딪힌 외국인들이 주말에도 문을 여는 특화 점포로 몰리면서다. 외국인 은행 고객 600만 명 시대의 진풍경이다.

성장이 정체된 은행은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외국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을 이용하는 외국인 고객은 올해 들어 600만 명을 넘어섰다. 외국인의 금융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특화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시간 번역 서비스 등장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오는 18일부터 전국 영업점 창구에서 외국인 고객을 위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일부 특화 점포가 아니라 모든 영업점 창구에서 실시간 번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4대 은행 가운데 처음이다.

고가 번역용 기기를 추가 설치하는 대신 창구에 비치된 태블릿PC를 활용한 시스템을 구축한 게 핵심이다. 외국인 고객의 스마트폰으로 태블릿PC의 QR코드를 스캔하면 별도 앱 설치 과정 없이 대화창이 열린다. 외국인 고객은 원하는 언어를 선택한 뒤 실시간 번역 시스템을 통해 음성 혹은 채팅 방식으로 상담원과 소통할 수 있다. 지원 언어도 현재 13개에서 향후 4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 응대 시간이 1인당 30분가량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銀도 ‘외국인 모시기’ 가세

외국인 고객 유치는 올해 은행권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4대 은행과 거래 경험이 있는 외국인 고객 수는 지난달 말 기준 601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 545만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2년여 새 56만 명 넘게 증가했다.

다른 은행도 맞춤 금융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외국인 고객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오는 3분기 외국인 전용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4대 은행 가운데 외국인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2일부터 주말에도 외국어 고객센터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외국인 전용 금융 상품 패키지를 통해 계좌, 적금, 체크카드 관련 서비스를 지원한다. 우리은행은 외국인 고객 전용 앱인 ‘우리WON글로벌’ 개편을 추진 중이다.

지방은행도 외국인 고객 잡기에 뛰어들었다. 지방 인구가 가파르게 줄어드는 만큼 지방 인구의 상당수를 외국인이 대체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전북은행은 외국인 고객을 위한 이동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은행은 지난달 광주·전남 지역 최초로 외국인 전용 금융센터를 열었다.

저축은행, 보험 등 2금융권에서도 외국인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웰컴저축은행은 미얀마 캄보디아 베트남 등 9개 국가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보험사도 특화 지점을 만들거나 외국인 전용 상담 서비스를 확대하는 추세다.

장현주/서형교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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