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도 '약'이다

4 days ago 13

발 편한 신발이 좋은신발일까? 족부 의사의 대답은 다르다. 최근 유명 유튜브 채널에서 출연 제안을 받았다. 주제는 ‘족부 의사가 피하고 싶은 신발과 신고 싶은 신발’이었다. 아직 출연료를 받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출연료 값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사명감을 명분 삼아 평소 궁금했던 신발 한 켤레를 샀다. 발이 편하기로 유명한 브랜드의 러닝화였다.과연 푹신했다. 두툼한 밑창이 충격을 받아줬고, 앞뒤가 살짝 들린 밑창 덕분에 발이 자연스럽게 굴러가는 느낌이었다. 뛰어보니 몸을 통통 튕겨줘서 달리기도 한결 수월했다.그런데 걷기 시작하니 느낌이 달랐다. 발은 편한데, 이상하게 나는 불편했다. 가만히 서 있으면 오히려 불안정했고, 천천히 걸을 때는 단단한 땅이 아니라 물컹한 매트 위를 걷는 것 같았다. 달릴 때 나를 도와주던 푹신한 쿠션이 평소 보행에서는 오히려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게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물론 그 신발이 나쁜 신발이라는 뜻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신발일 것이다. 다만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좋은 신발’이 ‘내가 하루 종일 신고 다니기 좋은 신발’과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다. 또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신발은 없다.푹신하다고 무조건 좋은 거 아냐신발의 기능은 대부분 무언가를 더하거나 빼는 데서 시작한다. 푹신한 밑창은 착지할 때의 충격을 흡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부드러우면 사람에 따라 안정감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다.밑창 앞뒤를 둥글게 만든 ‘로커 솔(rocker sole)’은 발이 앞으로 굴러가는 것을 도와준다. 발 앞쪽이나 발등 관절을 많이 움직이지 않고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질환에서는 통증을 줄이는 데 이용할 수 있다.반대로 밑창을 아주 딱딱하게 만드는 것은 치료가 되기도 한다. 발등에 관절염이 있거나 발 앞쪽에 통증이 있는 환자는 걸을 때마다 아픈 관절이 움직인다. 이때 잘 구부러지지 않는 신발을 신으면 해당 관절의 움직임을 줄일 수 있다. 골절이나 발 수술 후 딱딱한 밑창의 신발을 처방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발이 일 덜 하면 다른 기관이 일 더 해야그렇다면 이런 신발을 평생 신으면 더 좋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우리 발은 하나의 딱딱한 덩어리가 아니다. 여러 개의 뼈와 관절이 조금씩 움직이면서 울퉁불퉁한 땅에 적응하고, 충격을 흡수하고, 다시 몸을 앞으로 밀어낸다.신발로 특정 관절의 움직임을 제한하면 아픈 곳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보행 ...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