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밀양’은 용서, ‘시’는 윤리… 이창동, 이번엔 사랑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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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한 한국 영화감독의 이름이 불렸습니다. 영화 ‘가능한 사랑’으로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은사자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72·사진)입니다. 2002년 ‘오아시스’로 감독상을 받은 지 24년 만입니다. 이 세계적인 감독이 처음부터 영화를 꿈꾼 것은 아닙니다. 한때 화가가 되고 싶었으나 가난 때문에 접어야 했고, 경북대 사범대를 졸업한 뒤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습니다. 그 대신 글쓰기는 놓지 않았습니다. 1983년 중편소설 ‘전리’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소설가로 등단했고 이후 ‘운명에 관하여’,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을 발표하며 문단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영화와의 인연은 정작 마흔을 앞두고 시작됐습니다.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시나리오를 쓰고 조감독을 맡은 것입니다. 촬영장에서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경험은 그의 삶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문장으로 세상을 그리던 소설가가 카메라로 이야기하기 시작한 겁니다. 1997년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첫 연출작 ‘초록물고기’를 내놓았습니다. 급속한 도시화 속에서 세상의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청년 막동의 이야기였습니다. 이어 ‘박하사탕’에서는 한 남자의 몰락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한국 현대사의 상처를 들춰냈습니다. ‘오아시스’에서는 사회의 편견과 배제 속에 놓인 전과자 종두와 뇌성마비 여성인 공주의 사랑을 그렸습니다. 이 작품으로 2002년 베네치아영화제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2003년 문화관광부 장관 임명으로 잠시 영화계를 떠나게 되었지만,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다시 돌아간 곳은 촬영장이었습니다. ‘밀양’에서는 아들을 잃은 여성이 신앙과 용서의 벽에 부딪히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시’에서는 손자의 범죄를 알게 된 노인이 시를 쓰며 ‘죄와 책임’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밀양’으로 전도연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시’로 이창동은 각본상을 받았습니다. 그의 영화는 끊임없이 묻습니다. ‘밀양’은 용서의 가능성을, ‘시’는 아름다움과 윤리가 함께할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2018년 ‘버닝’에서는 청년 세대의 분노와 불안을 들여다봤습니다.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그 질문은 쉽게 놓지 못합니다. ‘버닝’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가능한 사랑’은 해고와 노동 갈등 속에서 흔들리는 두 부부의 삶을 그렸습니다. 일흔둘의 거장은 여전히 묻고 있습니다. 삶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서로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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