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33년 전 LA 폭동의 악몽… 한인사회 또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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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한인타운까지 진입해 기습 시위를 벌였습니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당시 한인들이 겪은 참혹한 피해가 되풀이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당시 비극의 도화선은 로드니 킹(1965∼2012·사진) 사건이었습니다. 1991년 3월 흑인 청년 로드니 킹은 술에 취한 채 과속을 하다 경찰 검문에 걸렸습니다. 그는 도주 끝에 붙잡혀 백인 경찰 4명에게 무자비한 구타를 당했습니다. 곤봉과 발길질이 난무하는 장면이 한 시민의 캠코더에 고스란히 담겨 전국에 퍼지면서 미국 사회에 충격을 불러옵니다. 그러나 이듬해 가해 경찰 전원이 무죄를 선고받자, 뿌리 깊은 인종차별과 경제적 박탈감에 시달려 왔던 흑인들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1992년 4월 29일부터 엿새간 로스앤젤레스는 전쟁터로 변했습니다. 차량이 불탔고, 수천 개의 상점이 약탈과 방화로 폐허가 됐습니다. 60여 명이 죽고 2000여 명이 다쳤습니다. 특히 피해는 애꿎은 한국계 주민들의 상점과 주택에 집중됐습니다. 분노의 화살이 엉뚱하게도 한국계 주민들을 향했던 것입니다. 흑인과 라틴계 주민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한인들마저 자신들을 ‘경제적으로 억압’하는 존재라고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경찰과 주 방위군조차 한국계 이주민 안전에 소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한인들은 ‘시민 방위대’를 조직해 스스로 자신과 공동체를 지켜야만 했습니다.

이 참사는 미국 사회 전반에 걸친 인종 문제의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한국계 이민 사회에는 정치적 각성을 불러왔습니다. 단지 성실하게 일하며 경제를 일군다고 해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한인 사회가 정치적 주체로서 힘을 키워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후 한인 사회는 시청과 의회로 적극 진입하면서 지역 내 입지를 넓혀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시위대의 발길이 또다시 한인타운을 향하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거리가 다시 이민자 탄압과 인종 갈등의 회오리 속에 끝나지 않은 질문을 반복하려는 게 아닌지 우려의 시선을 보내게 됩니다.

이의진 도선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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