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환경-산업부가 각각 담당
新부처 이관 두고 논의 치열할 듯
‘정책 쏠림’ 땐 혼란 가중 우려도
현재 기후 에너지 부서와 관련된 업무는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나눠 맡고 있다. 기후에너지부가 출범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에너지 분야 핵심 공약인 ‘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과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실현’ 정책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업 진흥을 목표로 하는 산업부와 규제 중심의 환경부가 화학적 결합을 잘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 기후-에너지 균형 못 잡으면 혼란만
이재명 정부 첫 차관 인사 중 한 명으로 취임한 문신학 산업부 1차관은 11일 취임식에서 “기후, 에너지 문제는 시급히 추진,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기후, 에너지 정책은 산업, 통상과 정책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야 하고, 될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향후 국정기획위원회와의 협의를 통해 구체화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독일,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 등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모두 맡는 부처를 신설한 4개국을 분석한 결과 부처 신설 후 5년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률이 평균 18%로 부처 신설 전 5년간 감축률(평균 5%)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통합한 부처 신설은 정책 목표 간 균형 있는 기획과 집행력을 높이고 정책 이행 효과를 재고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후 정책과 여타 환경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고 특정 분야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이 수립될 수도 있다. 환경부 출신들은 ‘에너지 안보 확보’나 ‘산업계 에너지 수요 대응’ 등을 소홀히 할 수 있고 산업부 출신들은 산업계 논리에 기후정책을 종속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한 부처 출신이 기후에너지부 주도권을 잡으면 신설 부처가 기존 부처의 아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관가에서는 기존 부처에서 일 잘하는, 이른바 ‘에이스’를 신설 부처에 보내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 재생에너지 목표 등 이견 내부 조율할 수도환경부가 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때, 산업부는 이견을 보일 때가 많았다. 산업부가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때 반대로 환경부가 이견을 표명한 적도 있다.
올해 2월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산업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21.6%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었다. 환경부는 “세계 각국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추세”라며 상향 조정을 촉구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환경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목표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만일 기후에너지부가 출범하면 부서 내 조율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불협화음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현재는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설정한 각종 목표가 달성되지 않아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주면 실질적으로 정책이 이행된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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