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풀어쓰는 한자성어]首鼠兩端(수서양단)(머리 수, 쥐 서, 두 양·량, 끝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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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래: 사기(史記) 위기무안후열전(魏其武安侯列傳)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서한(西漢) 때 위기후(魏其侯) 두영(竇嬰)과 무안후(武安侯) 전분(田蚡)은 모두 황실의 외척이었습니다. 문제(文帝)의 재위 기간에는 위기후가 권세를 누렸으나 경제(景帝·문제의 아들)가 즉위하자 무안후의 권세가 막강해졌습니다. 경제의 뒤를 이은 무제(武帝·경제의 아들) 때 승상이 된 무안후가 연나라의 공주를 부인으로 맞이하며 크게 연회를 열었는데, 위기후도 참석했습니다. 그러나 권력을 상실한 위기후는 연회 자리에서 여러 신하에게 무시당하게 됐지요. 그때 위기후를 따르던 장군 관부(灌夫)가 소동을 벌이면서 잔치는 엉망이 됐습니다. 무안후가 이 사건을 빌미로 위기후와 관부를 처벌하려 하자 위기후는 무제에게 구원을 청하였고, 무제는 어사대부인 한안국(韓安國)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한안국은 명확한 대답을 회피하며 황제에게 판단을 미루었습니다. 답을 듣지 못한 무제는 조회를 끝내버렸고 무안후는 한안국을 불러 화를 냈습니다. “내가 그대와 함께 늙은이(위기후)를 제거하려고 하였는데 어찌하여 구멍에서 머리만 내밀고 이쪽저쪽 살피는 쥐처럼 진퇴를 결정하지 못한 채 머뭇거린단 말인가(與長孺共一老秃翁, 何爲首鼠两端)”라고 꾸짖었는데요. 여기서 수서양단(首鼠兩端)이 유래했습니다.

● 생각거리: 비슷한 의미를 가진 성어로 ‘좌고우면(左顧右眄)’이 있습니다. 원래 좌고우면은 위(魏)나라 조식(曹植)이 오질(吳質)에게 보낸 편지에 ‘좌우를 돌아보아도 견줄 만한 사람이 없다’며 오질의 자신만만함을 칭찬하는 내용인데 지금은 ‘이쪽저쪽을 돌아본다는 뜻으로, 앞뒤를 재고 망설임을 이르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상조 전 청담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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