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지칠 땐 ‘마음편의점’에 오세요

6 hours ago 2

외로움 해소 돕는 ‘서울마음편의점’
관악-강북-도봉-동대문구 총 4곳
전화상담 서비스 ‘외로움안녕 120’
전문 상담가로부터 정서적 지지

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성민종합사회복지관 6층에 마련된 ‘마음편의점’ 관악점 내부 모습. 방문자들은 이곳에서 차를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는 등 자유롭게 휴식할 수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성민종합사회복지관 6층에 마련된 ‘마음편의점’ 관악점 내부 모습. 방문자들은 이곳에서 차를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는 등 자유롭게 휴식할 수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어서 오세요. 여기 앉아 따뜻한 차 한잔 마시고 계세요.”

2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성민종합사회복지관 6층에 마련된 ‘마음편의점’에서 편의점 직원인 김순자 씨(58)가 기자를 반기며 말했다. 김 씨는 환영 선물이라며 초콜릿과 견과류, 따뜻한 차를 건넸다. 마음편의점은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외로움 없는 서울’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달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외로운 마음이 들거나 우울할 때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돌볼 수 있는 공간이다. 관악구를 비롯해 강북구, 도봉구, 동대문구 등 4개 자치구 종합사회복지관에 조성됐다.

● 외로움 진단 받고 스트레스 측정

마음편의점은 주민 누구나 동네 편의점처럼 쉽게 들러 고민을 나누고 상담할 수 있는 곳이다. 과거 외로움이나 고립을 겪고 이를 극복해 본 주민들이 면접과 교육 과정을 거쳐 마음편의점 직원이자 상담사로 자리하고 있다. 직원들은 본인들의 경험을 살려 방문객들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며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도록 돕는다.

김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기간에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면서 한동안 우울함을 크게 느꼈었다”며 “예전의 나처럼 웃는 표정에서도 슬픈 감정이 담긴 분들을 볼 때면 그들을 보듬어주고 싶어져 직원으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마음편의점 내부로 들어가자 캠핑용 간이의자와 족욕기, 마사지기를 갖춘 휴게공간이 나타났다. 기자도 직원 안내에 따라 방명록과 마음편의점 멤버십 가입 동의서를 작성했다. 연락처 등 가입 정보는 정책 지원이 필요할 경우 복지재단 등 관계 기관에 전달하는 데 쓰인다. 손수아 성민종합사회복지관 주민협력과장은 “회원 가입은 원하는 경우만 진행하니 부담 느낄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외로움·고립 위험 점검표로 자가 진단을 진행했다. 혼자 남겨진 것 같다고 자주 느끼는지,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할 때 들어줄 사람이 있는지 등 5가지를 묻는 설문이었다. 진단 결과 외로움·고립감이 높게 나오면 상담과 더불어 사회복지사, 지역 단위 고립 가구 전담 기관과 연결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트레스 지수도 측정할 수 있었다. 기자도 휴대용 스트레스 측정기에 검지를 끼우고 검사를 해봤다. 약 3분 후 상담사가 노트북 속 결과 화면을 보며 “만성 스트레스 초기 단계”라며 “운동을 줄이지 말고 심호흡을 자주 해보라”라고 권했다. 마음편의점 한편에는 사람 키보다 큰 선반 3개에 라면과 반건조 고구마 등 즉석식품이 쌓여 있었다. 손 과장은 “누구나 갑자기 작은 이유만으로 마음이 무너질 수 있는데, 이럴 때 따뜻한 음식도 먹을 겸 편의점 들르듯 가벼운 마음으로 이곳으로 와주시면 좋겠다는 의미로 준비했다”고 했다. 마음편의점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운영된다.

● 365일 24시간 전화 상담

서울시는 이달부터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으로 도움이 필요한 시민에게 전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로움안녕120’ 사업도 시범 운영한다. 다산콜센터(02-120)로 전화해 음성 안내에 따라 ‘5번’(외로움안녕)을 누르면 상담사와 연결된다. 사회복지사 또는 상담 관련 자격을 갖춘 전문 상담원 14명이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며 365일 상담을 제공한다.

전화 통화가 어렵거나 통화를 꺼리는 시민을 위한 ‘외로움챗봇’도 운영한다. 카카오톡 채널에서 ‘외로움안녕120’을 검색해 친구 추가 후 챗봇을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6월까지 석 달간 두 서비스에 대한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개선 방안을 마련해 하반기(7∼12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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