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APEC 전후 G2 회담”
美 강경노선 대신 유화로 선회
中, 대미 희토류 수출 667% 쑥
동맹국 韓日 압박은 더 거세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로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중국을 먼저 방문할 수 있고, APEC 행사 기간에 시 주석과 별도의 정상회담을 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정상회담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공격적인 조치를 보류하고 유화적인 관계 구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미국 언론에서 제기돼 주목된다. 엔비디아의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 ‘H20’을 중국에 다시 수출할 수 있도록 한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 전환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달 1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상호관세 부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한국·일본·유럽연합(EU) 등 동맹국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동맹국만 때리는’ 형국으로 변질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중국과의 무역 관계 재편을 위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등 압박에 나섰지만, 이제는 중국에 대한 유화적인 정책을 취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 전했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더 공격적인 조치를 보류하고, 중국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AI 칩 H20의 수출 통제 조치를 번복한 것 역시 포함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중국산 제품에 145%의 관세를 부과하고 H20 반도체의 중국 판매를 금지하는 등 강도 높은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불과 석 달 만에 H20 수출 통제 조치를 해제한 것은 중국의 희토류 때문이었다.
중국의 희토류 공급 중단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관료들은 공장 폐쇄를 경고하는 기업인들의 전화를 받기 시작했고, 이로 인한 위협에 놀랐다는 게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후 스위스 제네바와 영국 런던에서 양국 간 무역회담이 진행됐고, 미국은 대중 관세율을 30%로 낮췄다. 중국은 희토류 공급을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동의했다.
실제로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6월 중국의 대미 희토류 자석 수출이 353t으로, 5월(46t)보다 667% 늘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는 미·중 간 무역 갈등 속에서 중국의 대미 희토류 수출 통제와 해제를 반영하는 수치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중국의 희토류 패권이 미·중 무역협상에서 강력한 카드가 됐음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NYT는 백악관 내 ‘대중 강경파’들이 ‘충성 경쟁’에서 밀려난 이후 이 공백을 테크산업 출신 인사들이 채우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 ‘유턴’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백악관 내 대중 강경파로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이 있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나머지 강경파들이 최근 몇개월간 해임되는 공백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백악관 AI·가상화폐 차르인 데이비드 색스 등 테크산업 출신 인사들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이 가시화되면서 미·중 간 ‘밀월’은 강화되는 모습이다. NYT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잠재적인 대표단 구성원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이와 달리 미국은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동맹국들에 대해서는 관세를 무기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점이 8월 1일 이후로 연기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건 엄격한 마감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8월 1일에 새로운 관세율이 적용되지만 이후에도 국가들은 우리와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그러면서 “기본 관세 10%는 확실히 유지될 것이며, 많은 국가에 더 높은 관세율을 적용할 것”이라며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20%, 19%다. 대부분의 국가에 대해선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본관세 10%만 적용받는 국가에 대해서는 “라틴아메리카의 작은 국가들, 카리브해 국가들,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