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넷플릭스 드라마 ‘탄금’-소설 비교
조선후기 무대 미스터리 활극
인물 성격 드러낸 한복 색감 볼만
치밀한 복수 펼치는 소설과 달리… 드라마선 양손 자르는 방식 선택
“너구나. 영락없는 너야.”
조선 한양 인왕산 자락의 별서(別墅·농사를 지으려 따로 지은 집). 임금의 하나뿐인 아우이자 조선 거대 상단의 뒷배인 ‘한평대군’(김재욱)은 자신을 찾아온 ‘홍랑’(이재욱)을 끌어안으며 이렇게 말한다. 홍랑은 조선 거대 상단의 외아들로, 어린 시절 갑작스럽게 사라졌다가 10여 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인물이다. 한평대군은 자신이 밀어주는 거대 상단의 후계자인 홍랑에게 확신을 보인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곧 어긋나기 시작한다. 돌아온 홍랑이 실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라는 사실이 서서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홍랑은 모종의 이유로 한평대군에게 복수를 시도하면서 이야기는 파국으로 치닫는다.1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탄금’은 장다혜 작가의 장편소설 ‘탄금: 금을 삼키다’(2021년·북레시피)를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 활극이다. 조선 후기, 실종됐던 최고 상단의 후계자 홍랑이 성년이 돼 집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복수 서사를 담았다.
원작과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는 홍랑의 ‘복수 방식’이다. 소설 속 홍랑은 치밀한 계획자다. “염을 해도 발각되지 않도록 대군의 정수리에 가느다란 장침을 하나 꽂아 넣었다. 금수(禽獸)에겐 실로 과분한 죽음이었다”는 문장처럼, 그의 복수는 절제돼 있으며 완전 범죄에 가깝다. 이는 한평대군뿐 아니라, 자신이 이어가야 할 다른 복수들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장검을 즉각 발도해 선혈이 낭자하게 뭇칼질을 하고픈 욕망을 억누르는 게 실로 고역이었다.”
반면 드라마 속 홍랑은 한평대군의 양손을 직접 자르는 방식으로 복수한다. 그는 대군을 바라보며 “단 한 번도 두려움 없이 잠들 수 없었고, 단 한순간도 고통 없이 숨 쉴 수가 없었다”며 분노를 폭발시킨다. 감정을 절제했던 원작과 달리, 드라마는 감정이 폭발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김요안 북레시피 대표는 “소설에서 한평대군은 중반부에 죽지만, 드라마는 홍랑과 한평대군 사이 갈등을 끝까지 끌고 간다”며 “그 덕분에 주인공 홍랑 맞은편에 선 한평대군의 ‘안타고니스트’(극 중 적대적 인물) 역할이 더욱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시망스럽다’(짓궂은 데가 있다), ‘걸오하다’(성질이 거칠고 사납다) 등 홍랑의 성격을 묘사하는 소설 속 고어가 배우의 연기로 살아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원작자인 장 작가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드라마에선 낯설지만 아름다운 순우리말 정서가 화면의 미장센이나 배우들의 연기로 전달됐다”며 “원작의 목차가 24절기를 따라가는 만큼 드라마도 한국의 사계절을 오롯이 담아냈다”고 했다.드라마 속 의상도 눈길을 끈다. 홍랑의 누이 ‘재이’(조보아)의 냉철함과 한은 단아하고 절제된 색감의 한복으로 표현됐다. 거대 상단의 안주인 ‘민연의’(엄지원)의 욕심과 야망은 화려한 문양의 복식으로 드러났다. 김홍선 감독은 13일 제작발표회에서 “세계에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다”며 “한복을 단지 패셔너블하게 다루기보다는 원단의 소재와 질감에 신경 쓰면서 기본에 충실한 사극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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