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韓경제 살릴 '리파운더'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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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韓경제 살릴 '리파운더'를 기다리며

“아이폰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스마트폰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모든 휴대폰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미국이 최근 중국·영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하며 글로벌 관세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듯했지만 이 발언은 그런 기대를 단숨에 뒤엎었다. 한국의 핵심 수출품목을 정면으로 겨냥한 이 조치는 미국 우선주의적 보호무역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드러낸 신호이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무겁게 다가오는 경고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단지 관세전쟁이나 통상 이슈를 넘어서는 보다 근본적인 구조적 질문이다. 지난 60여 년간 한국 경제는 세 차례의 성장률 변곡점을 경험했다. 첫 번째는 2001년 전후로, 연 9.7%에 이르던 고도성장이 종료되고 3.5%대 저성장 체제로 진입한 시기였다. 두 번째는 2003년 이후, 세계 경제와의 성장률 동조성이 0.8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우리 경제의 독자적 성장 역량이 약화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세 번째는 2012년 이후, 한국의 성장률이 세계 평균을 밑돌고 초저성장이 고착화한 시기다. 특히 최근 발표된 국내외 주요 기관의 관측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 초반에 그칠 전망이다.

이 모든 변화는 한 방향을 가리킨다. 이제는 단순히 평균적인 성과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고 ‘1등만 살아남는’ 시장구조로 재편될 것이란 사실 말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생존 경쟁이 본격화해 자영업 부문 폐업률이 15~20%에 이르고, 소비 양극화 역시 일상에서 체감된다. 이달 초 연휴 기간 필자가 찾은 동네 미용실 중 ‘1등 미용실’은 오후 5시까지 예약이 꽉 찼지만, 인근 다른 미용실은 손님 한 명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같은 시기 인천공항은 “경기가 어렵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해외 여행객으로 붐볐다. 이는 아직 소득이 유지되고 있는 중산층 직장인들이 소비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외 불안정성과 구조적 저성장이 지속된다면 이들마저 소비를 줄이며 내수의 마지막 버팀목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단지 경기순환의 침체가 아니라 구조 전환기에 접어든 위기라는 점이다. 대외적으로는 불확실성과 보호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초저성장과 고령화, 신산업의 정체가 맞물리며 우리 경제의 자생력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수준까지 약해지고 있다. 이처럼 구조화한 위기는 더 이상 민간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현재의 정부 조직은 여전히 부처별로 분절돼 작동하고 있으며 이를 조율하고 설계할 중심 주체는 부재하다. 산업정책, 기술 전략, 인구구조, 노동시장, 교육체계 등 핵심 영역을 하나의 전략지도로 통합해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하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대통령은 기존의 경제 성과를 ‘관리’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구조 전환기의 경제를 ‘설계’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다. 기업이 위기에 빠지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듯, 지금은 대통령이 경제의 최전선에서 설계자이자 조정자·실행가로 나서야 할 때다.

스티브 잡스의 ‘영감의 애플’을 ‘관리의 애플’로 바꾼 팀 쿡, 빌 게이츠의 ‘기술의 MS’를 ‘비즈니스의 MS’로 전환한 사티아 나델라처럼 지금 대한민국에는 ‘국가의 리파운더(refounder)’가 필요하다. 누가 이 구조 전환기의 국가 경제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가. 이 물음이야말로, 다음 대통령이 진정으로 마주해야 할 첫 과제다. 철학도, 정책도, 조직도 모두 이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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