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인공지능(AI)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우리는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 요즘 모든 대선 주자가 AI 공약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언급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선거에서 미래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AI에 있다는 것은 공통된 의견임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빅테크는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확보하기 위해 천문학적 투자를 매일 발표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에 24시간 365일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 때문에 전력 설비를 갖추기 위한 투자에도 여념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등에 따른 불확실한 글로벌 경기 상황과 딥시크의 영향으로 투자가 한풀 꺾인 듯하지만 데이터센터 건설 투자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오픈AI,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주요 빅테크는 데이터센터를 지을 곳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물색하고 있다. 현재 세계 데이터센터 절반가량이 미국에 있다. 재해와 정전 등 만약에 대비해 여러 지역에 분산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최근 주요 빅테크가 한국에도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대선 주자의 공약마다 AI 투자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투자 규모를 고려했을 때 임기 동안 투자가 다 이뤄질 것으로 믿기 어렵다.
여기서 국가가 나서서 투자를 일으키고 AI를 활성화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의 선투자를 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전력 인프라를 포함한 AI 반도체와 인력 양성 투자를 병행하는 것은 꼭 필요하나, 우리 재정이 넉넉한 상황이 아닌 만큼 결국은 민간 투자를 촉진하고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주요한 수단이 해외 빅테크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강점은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역량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는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없기 때문에 동북아시아 지역의 데이터 허브로서 충분한 지리적 이점이 있다. 그리고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한두 군데의 빅테크가 한국에 자리 잡고 성공 사례를 보여줄 수 있다면 줄을 이어서 빅테크들이 한국에 직접투자를 하고 그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설비투자와 함께 유능한 빅테크 엔지니어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다양한 인적 교류를 통해 기술적 시너지가 나고 다양한 파생 비즈니스가 가능해진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당장 팔을 걷어붙이고 해외 직접투자 유치에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 정부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AI 투자를 해외 빅테크와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훌륭하고 안전한 인프라와 세계 최고의 인적 역량을 가진 우리의 저력을 홍보해서 적극 데이터센터를 유치해야 한다.
이미 지방자치단체 중에는 발 벗고 나선 곳이 있다. 조금만 더 노력하고 성의를 보인다면 글로벌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찾아올 날이 머지않았다. 이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있어야만 학습과 추론과 물리적 AI가 가능해진다. 이미 딥시크가 보여준 것처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특정 도메인을 가진 최적화뿐만 아니라 범용성 일반 AI까지 최적화하는 데는 우리 기술로도 충분하다. 우스개로 미국, 중국 빼면 모두 3등인 상황에서 이제는 우리가 1, 2등을 넘보는 진정한 넘버3라는 것을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