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 속의 정의[임용한의 전쟁사]〈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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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다. 우려했던 대로 미국은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을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기 시작했다. 그 유력한 대상이 한국과 일본이다. 당연히 이란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전쟁에 조금이라도 관여하는 순간 우리를 적으로 간주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내에서는 “파병은 절대 안 된다. 미국이 제멋대로 일으킨 전쟁에 우리가 왜 끌려들어 가야 하느냐”는 반발도 나온다. 정의롭게 산다는 것은 존경받을 만한 태도다. 정의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아무리 큰 불편과 손해라도 감수한다면 가히 성인의 삶이라 할 만하다. 우리에게는 역사적으로 그런 삶을 추구했던 경험이 있다. 조선 후기 국가적 어젠다 가운데 하나가 ‘성인의 나라’였다. 청나라가 아편전쟁에서 패배하고 서구 열강에 굴복했다는 소식은 조선에도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충격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오히려 쇄국의 결의를 더욱 굳게 다졌다. 서양 군대에 비해 조선의 군사력과 무기가 형편없이 뒤처진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지만 겁먹지 않았다. 청나라가 고난을 겪는 것은 성리학의 교리를 버렸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조선만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리학을 보존한 성인의 나라, 문명국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하늘이 정의로운 나라를 지켜주리라고 믿었다. 그 소신의 결과를 우리는 알고 있다. 국제사회는 정의로운 국가라고 해서 존경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익을 좇아 상대편에 섰던 나라라고 해서 영원히 배척하지도 않는다. 강한 자는 적이 되어도 존중한다. 국제 정세가 바뀌고 이해관계가 달라지면 그런 나라는 얼마든지 내 편이 될 수 있다. 유럽과 중동 국가의 역사를 봐도 그들은 끊임없이 적이 되었다가 동지가 됐고, 적과 동지의 자리를 무수히 바꿨다. 이 정글을 정의로운 세상으로 바꾸고 싶다면 더더욱 힘을 키워야 한다. 수렁 속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 임용한의 전쟁사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사설 오늘과 내일 강인욱 세상만사의 기원 임용한 역사학자©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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