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내전 2년…영구분단 우려 속 국민 4분의 1 난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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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르툼( 수단)=신화/뉴시스]

[ 하르툼( 수단)=신화/뉴시스]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한 북아프리카 수단의 내전이 15일(현지 시간)로 발발 2주년을 맞았다. 총 인구5100만 명 중 약 1300만 명이 난민으로 내몰렸다. 사망자 수는 최소 2만 명에서 15만 명 사이로 추정될 뿐 정확히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휴전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영국과 아프리카연합(AU), 유럽연합(EU), 프랑스, 독일은 이날 런던에서 국제회의를 열고 분쟁 종식 및 민간인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영국은 식량과 영양 공급, 성폭력 피해자 긴급 지원 등에 1억2000만 파운드(약 2272억 원)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내무장관은 “인내심 있는 외교가 필요하다”라며 “1년 후에 다시 여기서 똑같은 토론을 할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참가국들도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휴전”을 촉구하며 수단의 분열을 막을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수단 내전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등에 밀려 세계 외교 우선순위에서도 최하위로 냉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 초청받지 못한 수단 정부 측 정규군과 반군 측 민병대인 신속지원군(RSF)도 불만을 표했다. 특히 정부군 측은 RSF를 배후에서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케냐가 참석한 것에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무함마드 함단 다갈로 RSF 사령관은 이날 자신들이 통제하는 지역에 별도 정부인 ‘평화와 통합의 정부’를 수립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텔레그램에 올린 성명에서 지역별 대표 15명으로 대통령위원회를 구성하는 ‘과도헌법’에 서명했다고도 밝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샤라스 스리니바산 국제정치학 교수는 AFP통신에 “현재 수단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토 분열은 사실상 영구적인 분단을 의미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내전 3년째에 접어든 수단은 1956년 영국에서 독립한 뒤 70여년간 사실상 전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니파 이슬람을 믿는 북부의 부유한 아랍계와 기독교를 믿는 남부의 가난한 아프리카계 흑인 간에 종교, 인종, 경제 갈등 등 다방면의 갈등이 수십 년간 깊이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현재 정규군을 이끄는 압둘 팟타흐 알 부르한과 다갈로는 2019년 악명 높은 독재자 오마르 바시르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의기투합했던 ‘동지’였지만, 이후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결국 양측의 갈등은 2023년 4월 전면전으로 번졌다. 초반에 RSF는 서부 다르푸르 권역을 대부분 장악하고 한때 수도 하르툼까지 점령했다가 지난달 정부군에 다시 내줬다. 현재는 정부군이 동북부, RSF가 서남부를 각각 통제하며 대치하는 구도로 굳어졌다. 특히 11, 12일엔 RSF가 자행한 대규모 공습으로 4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최대 4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유엔은 설명했다.

수단은 국제구조위원회(IRC)가 발표하는 ‘세계 위기 국가 보고서’에서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구호단체 옥스팜은 “수단 내전은 인도적 위기, 난민 위기, 기아 위기 등 모든 종류의 기록을 깨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양측 모두 고문, 강간 등 수많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내전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비영리단체 ‘수단계미국인의사협회(SAPA)’ 소속 의사인 마하 술리만은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지에 “총알과 폭탄보다 기아와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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