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정부의 첨단기술 드라이브는 언제나 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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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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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공지능(AI) 세계 3대 강국으로 우뚝 서겠다”며 정부의 AI 투자를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늘리겠다고 했다. 전 국민은 무료로 ‘한국형 챗GPT’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2025년 4월15일 자 한국경제신문-

유력 대선 주자 가운데 한 명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월 14일 국내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를 찾아 “국민 모두가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민관이 합쳐 1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다른 후보들도 제각각 100조, 200조 등 숫자를 내놓으며 AI 공약 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AI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는 요즘 정부가 나서 AI 투자에 나선다는 것이 얼핏 당연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정부의 투자 확대가 무조건, 언제나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데요, 오늘은 정부의 투자가 커질수록 민간의 투자가 줄어드는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경제학에서 구축효과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릴 때, 그로 인해 민간 부문의 투자나 소비가 줄어드는 경제 현상을 의미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정부가 산업 육성이나 경기 부양, 복지 확대 등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 세금을 인상하지 않는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합니다. 정부의 국채 발행이 늘어난다는 것은 자금시장(대부자금시장)에서 정부가 돈을 더 많이 빌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연히 기업 등 민간이 빌릴 수 있는 자금은 줄어들지요.

이처럼 자금의 공급이 제한되면 이자율이 상승합니다. 이자율이 오르면 기업들은 투자 비용이 증가해 그만큼 투자를 줄이게 되지요. 결과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출이 늘어난 만큼 민간투자가 감소함으로써 총수요 증가 효과가 일부 또는 전부 상쇄되는데, 이 현상이 바로 구축효과입니다.

예를 들면 정부가 큰돈을 들여 한국형 챗GPT를 만들거나 AI 연구소 등을 만드는 동안 민간 기업은 오히려 자금 부족 또는 조달의 어려움으로 연구개발(R&D)을 줄이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정부 투자가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정부 개입이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느냐는 점입니다.

우선 민간이 스스로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라면, 정부 투자가 꼭 필요하고 매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AI·반도체 같은 첨단 기술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매우 많이 들고, 수익이 언제 날지도 불확실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쉽게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지요. 이럴 때 정부가 먼저 투자해 길을 열어주면, 민간이 그 뒤를 따라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를 ‘마중물 효과’라고 부릅니다.

기술 발전이 전체 사회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때도 정부 투자가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AI는 단순한 산업기술이 아니라 교육·의료·농업 등 여러 분야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처럼 특정 기술이 전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 민간만으로 투자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가 개입하는 게 타당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양(+)의 외부성을 가진 재화나 서비스는 민간에서 과소 공급되기에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서, 다른 나라 정부가 자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면 우리 정부도 나서야 합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시절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자국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주고 공장 설립을 도왔으며, 트럼프 정부 들어선 관세전쟁을 통해 해외 반도체 기업이 미국 내에 공장을 짓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 유럽연합(EU)도 정부 주도로 AI와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지요. 이를 ‘전략적 정부 개입’이라고 합니다.

AI는 이 같은 조건에 상당수 부합해 보입니다. 이미 세계 각국이 정부 차원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타당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정부 투자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문제는 남습니다.

AI 업계에선 ‘전 국민이 무료로 사용하는 챗GPT’라는 이재명 전 대표의 아이디어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가 많습니다. ‘한국형 AI’를 국가가 직접 개발한다는 것인지, 기업을 지원해 만든 뒤 무료화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라도 민간의 창의성과 경쟁을 억누르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 문제가 불거지자 지자체가 우후죽순 내놓은 공공 배달 앱과 택시 앱이 민간의 투자만 저해하고 대부분 실패로 끝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연 대선 후보들의 AI 공약은 구축효과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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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상 한국경제신문 기자

고윤상 한국경제신문 기자

1. 구축효과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2. 정부의 투자가 정당화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3. AI 분야에 정부 투자가 효과적일지 평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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