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이 보유 중인 한화오션 지분(5973만8211주·19.5%) 매각에 나선다. 2000년 산업은행이 출자전환을 통해 대우중공업(한화오션 전신) 지분을 확보한 지 25년 만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한화오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수요예측에 들어갔다. 산업은행은 이번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보유 중인 한화오션 지분을 수% 단위로 쪼개서 복수의 수요처에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통매각에 나설 경우 규모가 커 수요처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과 매수자가 한화오션 2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이 지분 매각에 나서는 것은 K조선업 호황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공적자금 회수의 적기라는 점이 작동했다.
한화오션 주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직전인 작년 11월 6일 주당 2만7800원에서 28일 종가 기준 주당 8만9300원으로 3.2배 높아졌다. 산업은행은 현재 기준 5조3000억원이 넘는 보유 지분을 장기적으로 전량 매각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내부적으로 자산 건전성을 높여야 하는 필요성도 지분 매각 추진에 영향을 미쳤다.
산업은행은 건전성 판단의 지표가 되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3.9%로 국내 20개 은행 중 가장 낮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추가로 비율이 하락해 13.7~13.8%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당국에서는 BIS 자기자본비율을 13% 이상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해 시가 대비 가중치(250%)를 부여하기 때문에 주식 보유량이 많을수록 비율이 낮아진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 충격 극복을 위한 정책금융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기란 점도 산업은행의 한화오션 지분 매각 결정에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재 한화오션의 최대주주는 작년 말 기준으로 지분 23.14%를 보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한화그룹의 지분율은 46.28% 수준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5년간 한화오션에 7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2022년 한화그룹에 일부 지분 매각 등을 거쳐 약 2조원을 회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