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범 정당에 국고보조금 차단한다는 민주당
개인 일탈의 책임을 전체에 지우는 반민주적 법안
국민의힘 일부, 같은 프레임 받아들여 어리석은 내분
민주당 독재 막으려면 상황 똑바로 인식해야
윤석열 전 대통령은 내란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그에 대해 내란죄 유죄 선고가 나더라도 12·3 비상계엄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 등 몇몇에 의해 비밀리에 준비되고 실행됐다는 게 이미 듣고 봐온 사실이다. 국민의힘 당원이었던 사람은 윤 전 대통령밖에 없다. 국민의힘 의원 중 누구도 중요 임무 종사자나 단순 가담자 혹은 예비 음모나 선전 선동의 혐의를 받고 있지 않다. 대통령은 주요한 개인이기는 하지만 비밀리에 준비된 계엄에 관해서는 한 개인일 뿐이다. 한 개인의 일탈에 대해 수십만 명의 당원이 있는 정당 전체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야말로 내란에 못지않은 반민주적이고 위헌적인 행태다.
국민의힘이 여전히 탄핵을 둘러싸고 벌이는 불필요한 내분이 민주당의 사실상 일당 지배 야욕을 부채질한 측면이 크다. 12·3 비상계엄은 법적으로 잘못된 것이지만 꼭 탄핵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에게는 계엄이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것과 탄핵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정당의 존재 목적은 권력 유지나 장악이다. 탄핵이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탄핵에 반대하고 자진 하야 등의 다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탄핵은 단순한 산수(법)가 아니라 복잡한 수학(정치) 문제다.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 대선에서 패한 뒤 추종자들에게 의사당으로 행진해 의회의 민주당 조 바이든 선거 승리 선언을 막으라고 촉구하고, 폭동을 막기 위한 주(州) 방위군 출동 요청에 대한 승인을 3시간 넘게 거부하고, 폭동이 저지된 후에도 추종자들에게 ‘오늘을 기억하라’고 말했다.트럼프는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트럼프의 탄핵소추에 찬성한 공화당 하원 의원은 220명 중 고작 10명에 불과했다. 민주당 하원 의원이 전원 찬성하면서 탄핵소추가 성사되긴 했다. 그러나 상원에서 공화당 의원 53명 중 46명이 반대하면서 결국 탄핵은 부결됐다. 그런데도 4년 뒤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했고 상·하원에서 모두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런 게 민주주의의 모범 사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선거에서 유권자의 평가를 받아 승리를 휩쓴 이상 민주주의에 반한다고 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의 쇄신을 위해서는 친윤계를 대표하는 권영세 권성동 의원 등 쌍권(雙權)이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탄핵에 반대했으니 물러나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권성동 의원은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면서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은 위법적인 계엄이며 정치적으로 잘못된 선택이다. 지금도 왜 계엄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말에 거짓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친윤계도 윤 전 대통령의 상(上)등신짓에 당한 건 마찬가지다. 그들이 물러나야 하는 것은 탄핵에 반대해서가 아니라 윤 전 대통령과 수시로 통화하고 식사까지 하는 사이이면서도 민주당만큼도 계엄에 대한 낌새를 알아채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김건희 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한 건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의 당 대표가 돼 개혁을 이끌어갈 적임자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온 안철수 의원밖에 없다고 본다.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이었지만 그는 당 대표였던 만큼 단순히 비판적이었다는 것으로 책임을 면키 어렵다. 민주당만도 못한 정보력의 부재에 대해 대표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민주당 내란 몰이의 최종 목적이 국민의힘의 사실상 해체임을 드러낸 것이 내란특별법안이다. 안 의원은 대통령 개인의 일탈을 정당의 책임으로 끌어들이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에서는 똑똑한 말을 싸가지 없이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바른 말을 상황을 따지지 않고 머저리같이 하는 것도 문제다. 국민의힘이 어찌 되건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민주당의 일당 지배가 현실화할까 걱정돼서 하는 소리다.송평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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