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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세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예전에 없는 불안감을 엿볼 수 있다. 취업 걱정만이 아니다. 인공지능(AI)이 직업을 대체할지, 월급만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지, 주식이나 디지털자산에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를 묻는다. 이른바 포모(FOMO)는 더 이상 일부 투자자의 심리가 아니라 사회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불안은 청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경제 상식이 더 이상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는 장면이 늘고 있다. 물가는 높은데 금리는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자산 가격은 상승하는데 경기 둔화 우려가 존재한다. 현재의 실적보다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기업 가치를 좌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세상이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의 변화는 산업과 기술, 금융과 안보, 교육과 행정의 질서가 동시에 요동치는 구조적 전환에 가깝다. 산업혁명이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했다면 정보혁명은 정보의 생산과 유통방식을 바꿨다. 그리고 지금, AI 혁명은 사람의 판단과 지식노동의 영역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변화의 범위가 산업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AI는 반도체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산업 지형을 만들고 있다. AI가 고도화될수록 더 많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전력이 필요해진다. 주목받는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은 AI를 디지털 공간에서 현실 세계로 끌어내고 있다. 앞으로의 경쟁은 소프트웨어(SW)만이 아니라 AI와 반도체, 로봇, 에너지, 제조역량이 결합한 종합 경쟁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에겐 분명한 기회가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제조 기반과 첨단 제조업 역량을 동시에 보유한 나라다. AI와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러한 강점의 가치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관건은 이러한 강점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이다.
최근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수도권 배제 논란이나 지방 이전론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균형발전은 매우 중요한 가치이지만 첨단산업은 행정 판단만으로 입지를 결정하기 어렵다. 인재, 전력 및 용수, 교통과 연구개발, 협력기업이 집적된 생태계는 단기간 구축이 쉽지 않다. 첨단산업은 오랜 기간 축적된 생태계 위에서 성장한다. 산업정책은 명분만이 아닌 생태계의 현실을 정교하게 읽어야 한다.
첨단산업의 가치는 공장이나 기업 숫자에만 있지 않다. 반도체와 AI 산업은 연구개발과 장비, 소재, SW는 물론 인재 양성과 금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파급되며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산업 전이효과다. 경쟁력은 기업 한 곳의 성과보다 산업의 파급효과가 경제 전반으로 얼마나 넓게 확산되고 선순환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성장의 방식 자체도 바뀌고 있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워지고 계획의 수명은 짧아진다. 과거에는 규모와 자본, 장기 계획이 성과를 좌우했다면 이제는 빠르게 배우고 수정하며 적응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미래를 좌우하는 것은 기술의 보유 여부보다 그것을 활용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이다. 뛰어난 기술도 이를 이해하고 활용할 인재와 조직, 그리고 수용할 시장이 없다면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기술을 성장으로 연결하는 힘은 결국 사람과 사회다.
세계를 흔드는 판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은 경제 상황보다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AI와 반도체, 피지컬 AI가 창출하는 거대한 전환의 흐름 속에서 다음 시대의 경쟁력은 변화를 얼마나 빨리 이해하고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불안의 시대를 건너는 힘은 예측보다 적응에서 나온다.
송민택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pascalsong@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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