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루머’만 보면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왼쪽부터) 등 유럽 빅리그의 태극전사들은 모두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는 분위기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 실현 가능성은 가늠할 수 없으나 축구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이어온 기조를 생각하면 ‘단순 관심’ 이상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출처|토트넘·바이에른 뮌헨·PSG 페이스북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쏟아지는 ‘루머’만 보면 유럽 빅리그의 태극전사들은 모두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로 향할 판이다.
축구국가대표팀 핵심 자원들이 줄줄이 ‘사우디 이적설’에 휘말렸다. 주장 손흥민(33·토트넘)과 ‘코리안 몬스터’ 김민재(29·바이에른 뮌헨), ‘골든보이’ 이강인(24·파리 생제르맹) 모두 사우디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가장 많이 거론된 팀도 같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0·포르투갈)가 몸담은 알나스르다. 외신의 추정 이적료는 어마어마하다.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에서 우승해 프로 커리어 첫 트로피를 품에 안았고, 계약기간이 1년 남은 손흥민은 5000만 파운드(약 920억 원)의 가격표가 붙었다.
나폴리(이탈리아)와 바이에른 뮌헨에서 모두 우승했고, 특히 세리에A에서는 최고 수비수로 인정받은 김민재는 최소 5000만 유로(약 782억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프랑스 리그앙과 프랑스컵, UCL까지 ‘트레블(3관왕)’을 달성한 이강인도 김민재와 비슷한 이적료가 매겨졌다. 만약 알나스르의 제안이 사실이라면 손흥민은 2023년 알이티하드, 지난해 알아흘리에 이어 3번째 사우디아라비아 클럽의 러브콜을 받은 셈이다.
3명 모두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매체 ‘트란스퍼마르크트’가 추정한 시장가보다 사우디가 제시한 몸값이 훨씬 높다. 매체는 올해 5월 기준 손흥민을 2000만 유로(약 313억 원), 계약기간이 2028년 6월까지인 김민재는 4000만 유로(약 626억 원), 역시 계약만료가 3년이 남은 이강인은 2500만 유로(약 391억 원)로 매겼다.
상상조차 어려운 웃돈이 붙는 셈이지만 ‘오일 머니’로 무장한 사우디에겐 부담스럽지 않다. ‘에이징 커브’ 우려는 존재해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출신 손흥민은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선 ‘월드클래스’이다. 김민재와 이강인도 세계적 인지도가 굉장히 높은 특급 스타들이다. 호날두나 과거 알힐랄을 거친 네이마르(브라질) 등과 비슷한 레벨로 판단해 투자의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스포츠 사랑은 대단하다. 정부 차원에서 2020년대를 기점으로 축구와 리브(LIV) 골프, 포뮬러원 등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2034년 월드컵 등 메이저 이벤트 유치에도 나섰다. 사우디국부펀드(PIF)는 2023년부터 알나스르와 알힐랄, 알이티하드, 알아흘리 등 자국 4대 빅클럽에 매년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국제 사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인권 탄압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돌리려는 ‘스포츠워싱’ 의도가 담겼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른 견해도 있다. 석유 생산량 감소를 대비한 수익 다각화 모델인 엔터테인먼트 산업 육성의 일환이라는 것. 프로페셔널리그 활성화는 사우디 권력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석유 의존도를 줄이려 추진해온 ‘비전2030 프로젝트’의 일부다. 결국 세계적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슈퍼스타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선수들이 레이더망에 걸렸다고 볼 수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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