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차림의 왕이 묻는다…우리는 무엇을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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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전시·공연 속옷 차림의 왕이 묻는다…우리는 무엇을 모르는가 국립극단 ‘오이디푸스’ 리뷰속옷 차림 왕 세운 텅 빈 무대장애인·이주민 소수자로 재해석AI 시대 ‘앎’의 오만에 경고 연극 ‘오이디푸스’의 공연 장면. 국립극단 “너는 네 아버지를 죽이고 네 어머니와 잠자리를 같이하리라.”신탁을 들은 오이디푸스는 미련 없이 고향 코린토스를 떠났다. 자신을 길러준 부모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홀로 테베에 닿은 그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 영웅이 됐고 왕좌에 올라 선왕의 왕비 이오카스테와 결혼했다. 이방인에서 왕이 된 그는 의기양양했다. 자신의 지혜로 운명을 이겼다고 믿었다. 운명을 벗어나려던 그 모든 노력이 오히려 비극을 완성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몰랐다.지난달 24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 국립극단 ‘오이디푸스’는 자신감이 오만이었음을 깨달은 한 인간의 파멸과 반성을 그린다. 정진새가 각색하고 강량원이 연출했다. 강 연출은 그리스 시대에는 완전한 인간이 재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지금의 우리는 바로 그 믿음이 재난을 부른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고 짚었다. 그는 “지금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고난, 재난 혹은 어려움들을 어떻게 이겨나갈 수 있는가를 함께 질문하고 그 답을 모색해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극은 단출하게 시작한다. 삼면을 흰색으로 칠한 텅 빈 무대에 오이디푸스가 속옷 차림으로 수레를 끌고 들어선다. 스핑크스를 무찌른 왕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초라한 행색이다. 강 연출은 “수치와 상처로 가득한 사람의 몸을 무대에 세웠다”며 “그 몸이 잘 보이게 만들기 위해서 무대의 모든 것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오이디푸스를 장애인이자 이주민 소수자로 그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려했던 1·2부 ‘프롤로그&디오니소스’와 ‘라이오스’의 무대와는 딴판이지만 극의 주제의식과 정확히 공명한다. 다섯 편의 무대를 모두 맡은 임일진 무대미술가도 “작년 두 작품에 비해 오이디푸스는 굉장히 다른 추상적인 무대가 나왔다”고 했다. 연극 ‘오이디푸스’에서 얼굴에 피가 흐르는 오이디푸스 역의 김석주(왼쪽)가 무릎을 꿇은 채 백발의 인물에게 손을 붙잡혀 있다. 국립극단 간소해진 무대공간은 정재일의 음악이 채운다. 음악은 침묵·암전과 대비를 이루며 장면의 긴장을 끌어올린다. 테베에 역병이 번지자 신탁은 선왕 라이오스를 죽인 자의 죄 때문이라고 알린다. 이번에도 도시를 구할 수 있다고 믿은 오이디푸스는 자신만만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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