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마음 나눌 사람 없다”[횡설수설/우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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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 ‘뜨겁다’ 같은 통증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뇌가 보내는 신호다. 사회적 고립 상태에서 느끼는 외로움도 일종의 통증이다. 신체적 통증과 외로움은 뇌의 같은 부위에서 처리된다. 똘똘 뭉쳐 외부의 적과 싸우며 살아남은 인류에게 외로움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만성적인 외로움이다. 목이 마르거나 손이 따가운 것과 같은 급성 외로움은 지나가지만, 만성 통증과 같은 외로움은 우리 몸에 독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 ‘외로움에서 사회적 연결로’에서 외로움을 즉각 대응해야 할 공중보건 과제로 규정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6명 중 1명이 외로움을 경험하고, 연간 87만 명의 조기 사망에 영향을 미친다. 사망률뿐만 아니라 심장병, 뇌졸중, 우울과 불안, 치매 등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었다. 외로우면 자주 아프고, 빨리 늙고, 일찍 죽는다는 뜻이다. ▷국내 1인 가구가 800만 가구를 넘어섰다. 10가구 중 4가구가 혼자 사는 가구로, 이제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다. 그런데 1인 가구의 절반(46%) 가까이가 속마음을 털어놓을 상대가 적고 만남 횟수도 뜸한 ‘비친밀형’으로 분류됐다. 비단 1인 가구뿐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삶 지수’를 보면, 한국인은 사회적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바닥권이다. 그 세부 지표 중 하나가 곤경에 빠졌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친지나 친구가 있는지를 묻는 ‘사회적 지지’ 항목이다. 38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가장 외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기그(Gig·임시) 경제로 뿔뿔이 흩어져 일을 하고, 소셜미디어가 등장해 사람이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바꿨다. 이런 전환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단절되고 만성적인 외로움을 느낀다. 게다가 외로움은 불평등했다. 교육과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 장애로 활동이 제약되는 사람, 난민·이주민, 성소수자 등 사회경제적 약자가 외로움에 취약하다는 연구가 축적돼 있다. ▷외로움에 대한 정책적 개입이 늘고 있지만, 아직 그 효과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 WHO는 그보다 마음 챙김 명상, 친구 되어주기 같은 개인적인 접근이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한다. 심리학자들은 가족, 친구와의 깊은 관계가 중요하지만, 속마음을 털어놓기 힘든 얕은 친밀감의 관계를 맺어도 ‘관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산책하다 마주친 이웃에게 인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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