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가 6·3 조기 대통령 선거의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이례적인 속도전을 이어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의 선고 시점을 두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을 심리하는 대법원은 이달 22일 사건 배당 직후 전합 회부 결정을 내리고 당일과 24일 1, 2차 합의 기일을 진행한 뒤 추가 심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전원합의 심리가 통상 한 달에 한 번 열리고 이달 심리는 이미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법원이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이례적 속도전에 나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법조계에서는 이 전 대표 사건이 대선의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대선일인 6월 3일 이전에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선고일을 놓고는 통상 관례에 따라 다음 달 전합 정기 심리일인 22일이 있는 주간(19∼23일)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대선 과정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보 등록 마감일인 다음 달 11일에 앞선 7~9일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법원 내규에 따르면 전원합의 기일은 월 1회,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셋째 주 목요일이 15일일 경우 한 주 미뤄 22일에 진행한다. 실제로 최근 1년간 전합 사건은 모두 해당 월의 셋째 주 또는 넷째 주 목요일에 선고됐다.
이보다 시기를 더욱 앞당겨 대선 후보자 등록일인 5월 11일 이전에 선고할 것이란 관측도 많다. 선거법상 정당은 후보자 등록 기간이 지나면 본인이 사퇴하더라도 다른 후보를 등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대선 후보 결정 과정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7~9일경 선고를 목표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 전 대표의 ‘친형 강제입원’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선거법 사건도 전합 회부 1개월여 만에 선고가 내려진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2020년 6월 15일 전합 회부 사흘 뒤 한 차례 심리를 거쳐, 한 달 만인 7월 16일 선고기일을 잡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다만 당시에는 소부 논의 끝에 합의에 이르지 못해 전합에 회부됐다는 점에서, 대법원장이 직접 전합 회부 결정을 내린 이번 사건과는 차이가 있다. 또한 당시 2심 선고로부터 상고심 결론이 나오기까지 걸린 전체 기간은 약 10개월이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조희대 대법원장이 속도감 있는 진행을 위해 전합 회부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선고 시점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만약 심리 과정에서 대법관들의 견해차가 극심할 경우 무리하게 선고를 서두르긴 어렵다는 취지다. 전합에서 다루는 사건은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인 만큼, 재판장을 맡는 대법원장 역시 단순히 표결에 붙이기보다는 최대한 숙의를 거듭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기 때문이다.일각에서는 대법원이 대선 전 선고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선 전에 선고를 내리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해 전합 회부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가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상고심 재판을 정지해야 할지 여부를 놓고 헌법 제84조(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해석과 적용에 대한 판단이 필요해질 수 있다. 이 경우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 심판을 통해 ‘재판을 중지하라’거나 ‘진행하라’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는데, 대법원이 이에 대비해 전합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할 준비를 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는 것이다.현재 대법원은 △이 전 대표가 2021년 방송 등에서 대장동 사업 실무를 맡은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모른다고 한 발언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을 받았다고 한 발언에 대한 원심의 해석이 옳았는지, △해당 발언들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 가능한지를 상고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