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소자 칩, 엔비디아 GPU와 비교
최소 지연 시간 500배 이상 줄여
광컴퓨터 상용화 앞당길 수도
양자컴퓨터와 함께 미래 컴퓨터로 주목받는 ‘광컴퓨터’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광소자가 개발됐다. 광컴퓨터란 빛을 이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초고속, 초대용량 컴퓨터다.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기업 ‘라이텔리전스(Lightelligence)’와 미국을 기반으로 한 기업 ‘라이트매터(Lightmatter)’는 광컴퓨터의 연산 속도를 100배 이상 높일 수 있는 광소자 칩을 개발한 연구 결과를 각각 10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두 기업의 연구팀은 모두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이용해 광소자 칩을 개발했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빛으로 동작하는 회로’를 반도체 칩 안에 집적하는 기술이다. 렌즈나 거울, 광섬유 등 고전적인 광학 부품 대신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 제작 공정을 활용해 광소자를 칩 상에 구현하는 방식이다.
라이텔리전스 연구팀은 빛이 한 번 깜빡할 때 64X64 행렬 연산을 할 수 있는 칩을 개발했다.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인 행렬 연산이란 행과 열에 수를 배열한 행렬에서의 연산 과정이다. 64X64 행렬 연산은 행렬 연산의 기본 단위인 곱셈-누적(MAC) 연산을 4096번 할 수 있다는 뜻이다. MAC 연산은행렬로 구성된 숫자를 서로 곱한 다음 더하는 방식을 뜻한다. 연구팀은 칩을 개발하는 데 빛 기반 연산 속도를 높이는 광자 가속기인 ‘페이스(PACE)’를 적용했다.라이텔리전스 연구팀은 개발한 칩을 AI 열풍과 함께 부상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A10의 성능과 비교했다. 초고속 컴퓨터의 성능을 평가하는 데 최적화된 ‘아이징 문제’를 얼마나 잘 푸는지 분석한 것이다. 아이징 문제를 잘 풀수록 AI를 구현하는 데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교 결과, 라이텔리전스 연구팀의 광컴퓨팅 장치가 A10 GPU의 ‘최소 지연 시간’을 약 500배 단축했다. 데이터나 명령을 주고받는 데 걸리는 최소 시간을 가리키는 최소 지연 시간은 컴퓨터 성능의 척도다. 엔비디아 A10 GPU의 최소 지연 시간은 2300ns(나노초·1ns는 10억분의 1초), 라이텔리전스 장치의 최소 지연 시간은 5ns였다.
라이트매터 연구팀이 개발한 광소자 칩은 128X128 행렬 연산이 가능하다. 빛이 한 번 깜빡일 때 1만6384번의 MAC 연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개발한 칩을 이용해 만든 장치로 기존 고전 컴퓨터에서 운영하는 AI 모델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실리콘 포토닉스 전문가인 한상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 및 기계전자공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기존 광소자 칩은 최대 10X10 행렬 연산이 가능했기 때문에 속도를 100배 이상으로 높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또 “빛은 광회로를 지날 때 광회로의 길이가 길수록 빛이 기하급수적으로 사라지는 광손실이 일어난다”며 “광소자 칩의 한계였던 ‘광손실’을 대폭 줄이고 칩의 빛 정밀도를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성능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네이처가 두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함께 실은 논평에서 앤서니 리조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수십 년 동안 개발돼 온 광컴퓨터가 이번 결과를 통해 더욱 강력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광컴퓨터 |
광컴퓨터는 간단히 말하면 빛을 이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초고속, 초대용량 컴퓨터다. 구체적으로는 컴퓨터의 연산회로에 빛의 특성을 이용한 광집적회로를 장착한 컴퓨터다. 빛이 가진 고속성, 병렬성을 활용할 수 있다. |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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